서대문구청 티스토리 블로그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을 종료합니다.(2023.7.1.) 서대문구청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나요!

산문집 7

방향을 잃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허수경 산문집 오늘의 착각을 읽고

방향을 잃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허수경 산문집, 오늘의 착각을 읽고 작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허수경의 시 ‘수박’을 읽고 마음 깊은 곳에서 청량한 바람 한 줄기가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한 편의 시가 주는 감동은 실로 컸습니다. (이 글의 마지막에서 수박 시를 소개할게요.) 이번에 읽은 책은 바로 허수경 시인의 『오늘의 착각』입니다. 1964년에 태어나 2018년,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 작가의 유고산문집입니다. 그녀의 사망소식이 신문에 실리던 날,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이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습니다. 착각! 살아가면서 착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찌 보면 착각하기에 조금은 여..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여름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뜨거운 햇볕 아래 녹음이 짙푸릅니다. 열정으로 가득한 7월에 철학자 김진영 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 기록한 일기인 를 읽었습니다. 2017년 암 선고를 받고 그 해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투병하면서 쓴 234편의 단상 혹은 일기라고 해도 좋은 글들은 암 선고 이후의 몸과 정신을 훑고 지나가는 생각에 대한 가감 없는 기록입니다. 글을 한 편 씩 읽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 죽음을 앞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죽음을 인정하기까지의 여러 단계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56세에 세상을 떠난 철학자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지인과 나누던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60대 중반에 암으로 ..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만나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만나다. 박완서 작가의 유월이 가는 길목에서 다시 읽어본 박완서 선생님의 는 오래 전에 읽었을 때의 감동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 더 많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2011년 1월에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가 아주 많지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벌써 선생님께서 돌아가신지 9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1부 ‘내 생애의 밑줄’과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단상을 적은 2부 ‘책들의 오솔길’, 김수환 추기경과 박경리 소설가,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을 적은 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구성된 글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산문집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여러 길 중 강을 따라..

가을에 읽기 좋은 책,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을 읽고!

가을에 읽기 좋은 책,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수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읽혀지는 책인 미셸 투르니에의 을 읽었습니다. 1998년 10월에 초판을 펴낸 이후 지금까지 2판 6쇄까지 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1924년에 파리에서 출생한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인 은 오랜만에 산문집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했습니다. 재미있되 결코 가볍지 않은,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할 거리가 아주 많은 글이어서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기도 했지요. 집, 도시들, 육체, 어린이들, 이미지, 풍경, 책, 죽음 등 여덟 개의 장속에 짤막한 텍스트들로 글쓰기가 이어집니다. 어느 장은 산문이라기보다 시(詩)를 읽는..

[읽을 책 추천]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읽고

[읽을 책 추천]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읽고 나희덕 작가의 산문집인 를 읽었습니다. 2년 여 전에 작가의 시집인 를 신선한 감동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기억되면서 산문집은 어떨까 하며 읽기 시작했지요. 작가는 자신이 한 걸음씩 걸어서 도착한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직한 음성으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작가는 현재 시를 쓰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때로는 없는 시간을 조깨서 일상을 탈출하여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누구나 여행에 대한 향수 또는 기대감을 간직하고 살지요. 여행에 대한 향수와 기대감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며 풍요롭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닷가로, 시골의 간이역으로, 무심히 지나는 좁은..

책추천!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의 이야기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고

책추천!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의 이야기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고 2015년 9월에 발간된 이석원의 이야기 산문집인 을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신선한 산문집이었어요. 무엇보다 일상에서 일어나고 겪는 일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며 때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산문집을 읽는 즐거움은 아, 맞아, 나도 그랬지... 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석원 작가가 생각하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무엇일까요? 이석원 작가는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그룹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가수이기도 합니다. 글의 중간중간에 작가가 가수라는 것을 알수 있는 구절이 있기는 했지만, 어쩐지 글이 음악처럼 읽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가 가수이며 작가여서 그런가봅니다. 산문집이면서 소..

봄을 기다리며 읽은 책, 마종기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

봄을 기다리며 읽은 책, 마종기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기쁘기도 하고, 마음 다치기도 하며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살고 있지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람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 바로 책이지요. 며칠 전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습니다. 마종기 시인의 산문집인 『우리 얼마나 함께』(마종기, 2013, 달 펴냄)입니다.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집을 발간하신 마해송 동화작가와 여성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나 195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어 평생을 의사로 살면서 모국어를 잊지 않기 위하여 시를 쓰셨다고 합니다. 틈틈이 고국의 문학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