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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읽은 책, 마종기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4. 2. 24. 09:41

봄을 기다리며 읽은 책, 마종기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기쁘기도 하고, 마음 다치기도 하며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살고 있지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람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 바로 책이지요. 며칠 전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습니다. 마종기 시인의 산문집인 『우리 얼마나 함께』(마종기, 2013, 달 펴냄)입니다.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집을 발간하신 마해송 동화작가와 여성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나 195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어 평생을 의사로 살면서 모국어를 잊지 않기 위하여 시를 쓰셨다고 합니다. 틈틈이 고국의 문학지 등에 시를 발표하셨는데 2013년에 산문집인 『우리 얼마나 함께』를 펴내셨습니다.

책 내용 중에 가슴에 남는 구절과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 내가 따뜻한 영혼을 가지고 한평생을 살고 싶다면 남보다 많이 흘리는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꼭 무슨 이유가 있는 눈물보다 막연히 그냥 흘러내리는 눈물이 마음에 다가왔다. 외로워서, 슬퍼서, 또 누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내가 흘리는 눈물은 대개가 감사하는 마음이 사무칠 때인 것 같다. 눈물을 많이 흘리면 눈이 우선 깨끗해진다. 최근의 연구로는 몸 안에서 엔돌핀 분비가 많아져 정신안정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고 생기가 돌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인 것 같다. 공연히 부끄러워만 할 일이 아니란 것이 내게 큰 위안이 된다. -눈물의 의미 中에서-

 

* 나는 그러한 간단한 구도, 모든 게 지워지고 극도로 생략된 세상을 황홀하게 좋아한다. 한 개뿐인 지상, 한 개뿐인 이름, 한 개뿐인 사랑, 한 개뿐인 사유와 한 개뿐인 색깔, 한 개뿐인 전부. 지평선은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못 되어서 아쉬운 대로 나는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수평선을 가끔 찾은 적이 있다. 그렇게 수평선을 오래 보고 돌아온 다음에는 그 풍성한 시야와 평온한 느낌으로 한동안은 불만스러운 경우나 공평하지 못한 일을 겪어도 꾹 참고 살아갈 수가 있었다. 지평선을 만난 후에는 나는 적어도 일 년 정도는 아무 불평, 불만 없이 고분고분 세상에 순종하고 어지간한 명령에도 고개 숙이고 복종할 수 있게 마음이 한량없이 넓어진다. -지평선과 수평선 中에서-

 

* 그렇구나, 돌아가신 아버지는 여기까지 오셔서 나를 지켜봐주셨구나. 생전에도 그러시더니 돌아가신 뒤에도 눈물이 아직 많으신 모양이네. 그때는 초가을 한밤에 박꽃이 아름답다며 눈물을 보이셨는데...... 모든 아버지는 죽어서나 살아서나 자식들을 생각하며 지내시는구나. 나는 돌아가신 분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존재였구나. 나도 그렇게 자식을, 또 이웃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中에서-

 

* 누군가가 그랬다. 행복한 사람이 바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 지금 행복을 느끼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세상은 헉헉거리며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바쁘기만 한 바보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그런대로 자주 느긋한 시간을 가지고 삶을 즐기는, 똑똑한 사람을 위한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라고...... -게으른 나라 中에서-

 

과수원 

                                                                      마종기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시 ‘과수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요.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제 곧 꽃피는 봄이 우리에게 오지요. 그러면 얼어 붙었던 땅을 뚫고 연둣빛으로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게 될 것이고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무수한 봄의 꽃들이 우리들 마음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우리구의 자랑인 안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등을 환하게 밝히겠지요.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에 벌써 봄이 온 듯합니다.

글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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