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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추천]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읽고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7. 7. 24. 09:30

 

[읽을 책 추천]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읽고

 


 


나희덕 작가의 산문집인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읽었습니다. 2년 여 전에 작가의 시집인 <그녀에게>를 신선한 감동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기억되면서 산문집은 어떨까 하며 읽기 시작했지요. 


 작가는 자신이 한 걸음씩 걸어서 도착한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직한 음성으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작가는 현재 시를 쓰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때로는 없는 시간을 조깨서 일상을 탈출하여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누구나 여행에 대한 향수 또는 기대감을 간직하고 살지요. 여행에 대한 향수와 기대감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며 풍요롭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닷가로, 시골의 간이역으로, 무심히 지나는 좁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기며 만나는 무수한 사물과 사람들의 표정이 글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합니다. 한 장의 사진이 어느 때는 글보다 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줄 때도 있지요. 글과 사진을 실은 이 책 한 권이 주는 기쁨은 오래도록 제 맘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삶의 여정입니다. 이야기가 있는 만남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이야기 없이 그 사람을 단순히  보는 만남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지요. 

 

해외 여행지에서 작가가 만난 사람들. 런던에서 만났다는,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상점일을 성실하게 하던 사십대 중반의 남자를 보면서 겸허해지던 순간을 저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온기를 느끼면서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 것을...

 


 


 

오래된 동네 빵집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오래된 빵집이 많다고 하지요. 한결 같은 빵 맛을 내고 있다는 300년도 더 된 빵집 이야기를 읽고는 '한결같이 살고 싶다'는 소망이 실로 어려운 일일거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일랜드를 여행하다가 찍은, 초원에서 연애소설을 읽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오래도록 보았습니다. 몰두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할아버지의 책 읽는 옆모습은 초원의 살랑이는 바람같기만 합니다. 


여행지에서 사온 물건을 추억하는 작가의 마음에서 가을날 건초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친구가 인도여행길에서 사온 자그마한 부엉이 2마리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 부엉이는 나무로 깎아서 만든 것인데 하얀 무늬가 어여쁘게 그려져 있습니다. 혼자 떠난 인도 여행길에서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과 자신의 마음과 만나던 순간들을 제게 이야기 하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지난 해 친구들과 터키 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카파도키아의 풍경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게 기억났습니다. 창문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아프고 시린 이야기들을 언제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런지요. 쫒기는 일정에 제대로 마음에 담지 못할만큼 빠르게 둘러보고 왔던 시간이었습니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카파도키아의 자연경관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열망이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앞 부분은 작가가 해외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면, 뒷부분은 국내여행지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회산 백련지, 동해 바닷가, 전주 한옥마을, 작은 간이역들, 순천만, 소록도, 강화도의 풍경과 이야기 속에서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가슴 저리게 느낍니다.

 



 

차를 타고 휙휙 지나가는 여행보다, 차에서 내려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서 하나를 보더라도 오래도록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을 해야겠습니다. 화순에 있는 운주사에서 수많은 석불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걷지 않았기에 석불들과 이야기도 하지 못했지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텐데요.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봄날 다시 운주사에 가고 싶습니다. 그 때는 하루 온 종일 크고 작은 석불들과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석불과 마주보면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석불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봄날의 꽃잎 한 장처럼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겠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입니다. 짐을 챙길 때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한 권을 같이 넣어보세요. 그리고 평소 즐겨읽는 시집도 좋지요. 책 한 권 쯤 챙겨간다면 그 나름의 의미있는 휴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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