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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7

[책 읽는 서대문] 달밤이 소금을 뿌려놓은 듯..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계절마다 떠오르는 소설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9월이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단편소설이 입니다. 지금 강원도 봉평에는 메밀꽃이 피기 시작했을 거예요. 해마다 9월이면 메밀꽃 축제가 열렸는데 지난 해 부터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이효석(호는 가산, 1907~1942)은 고향이 강원도 평창이며 1936년 이라는 문예지에 단펴소설인 을 발표했습니다. 문학계에서는 이 소설을 근대소설 최고의 단편이라고 합니다. 은 1920년대의 어느 여름 낮부터 밤까지,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 장터로 가는 길을 배경으로 쓴 아름다운 단편입니다.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구절인 '달밤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피어나는 메밀 꽃밭...'은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요. '달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며, 김유정 소설가의 단편소설 <봄봄>

김유정(1908~1937) 소설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의 대표작인 입니다. 너무나 짧은 생을 살다 갔기에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드는 작가이기도 하지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외로움과 가난 속에서 우울하게 자랐으며 1927년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 그만두었습니다. 짧은 문단 활동 중에도 김유정은 병과 가난과 싸우며 30여 편의 단편을 남기고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결핵과 늑막염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봄봄! 가만히 봄... 이라고 소리 내어 봅니다. 봄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따사로움과 희망,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나요? ‘점순’이와 화자인 ‘나’. 그리고 장인어른이라 부르는 점순이의 아버지(봉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다시 읽어보는 한국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

다시 읽어보는 한국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답답한 마음을 뒤로 하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읽기에 좋은 시간이 아닐까 해요. 나뭇잎들을 다 떨군 채 파란 하늘을 보며 의연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기다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네요. 아주 오랜만에 1920년대에 발표된 한국단편소설 중에서 현진건의 단편소설을 읽었습니다. 단편소설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면서 어쩌면 이렇게 절묘하게 시대상황을 묘사할 수 있었는지 연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작가 현진건은 일제강점기에 홍사용, 이상화, 나도향, 박종화와 함께 의 창간동인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진건은 1936년 동아일보사 사회부장으로 재직할 때,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의 일장기를..

이 시대의 회색인간은 누구인가, 김동식 작가의『회색인간』

이 시대의 회색인간은 누구인가,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회색인간』이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지요. 도서관에 대출신청을 하고 오래 기다렸다가 읽게 되었습니다. 2017년 12월에 발행되었고 6개월 만에 8쇄를 찍었으니 그 인기를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김동식 작가가 걸어온 길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이 달라질 수 있지요. 좋은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만나면 발전하게 되고, 나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만나면 삶이 피폐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섭 작가가 없었다면 김동식 작가는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 없이 주물공장에서 노동을 하면서 한 편 두 편 써 본..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만년설로 뒤덮인 킬리만자로의 정경을 그려보면서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인 『킬리만자로의 눈』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른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30대 후반이었던 1936년에 발표한 소설이니 출간된 지 84년이 되었지요. 젊은 나이에 쓴 ‘삶, 사랑,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정독했습니다. 첫 구절이 주는 강력한 이미지는 가슴이 서늘할 정도입니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9,710피트 되는 눈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누가예 누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불린다. 그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붙은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바람을 느끼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지음)을 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1905년에 출간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훨씬 넘었지요? 그리고 작가가 1916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사후 100년이 지났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100년도 넘는 시간의 먼 곳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고, 책 읽기의 즐거움에 흠쩍 젖을 수 있었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없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소설로 6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인데, 원래는 단편소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당대의 삶과 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생하면서도 재미있게 ..

[자전거 도둑 줄거리]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에서 마주한 옛 기억

[자전거 도둑 줄거리]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에서 마주한 옛 기억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을 손에 들었을 때, 책 표지를 보고 마음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전봇대와 작은 집들, 빵가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소년, 빨랫줄에 널린 빨래 등이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표지는 나를 동심으로 잠시 돌아가게 했다. 김소진 작가는 1963년에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으며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너무나 애석하게도 1997년,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서른넷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니 그의 창작열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12편의 단편소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