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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8. 9. 28. 14:37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바람을 느끼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지음)을 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1905년에 출간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훨씬 넘었지요? 그리고 작가가 1916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사후 100년이 지났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100년도 넘는 시간의 먼 곳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고, 책 읽기의 즐거움에 흠쩍 젖을 수 있었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없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소설로 6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인데, 원래는 단편소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당대의 삶과 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생하면서도 재미있게 때로는 폭소를 자아내게 하여 많은 호평을 받자 장편으로 연재하도록 권하여 총 11회 동안 연재하여 장편소설로 펴냈다고 합니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인간 본연의 이중적인 모습과 슬픈 모습들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로 내세운 매우 특이한 작품입니다. 자신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인간 세계의 일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사로 잡혀 있지요. 고양이의 주인은 중학교 영어 선생인 '구샤미'입니다. 주인은 스스로를 교양인이라 생각하며 속세인들을 혐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고고하지 않지요. 겉으로 고고하게 보이는 척 한다고나 할까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과장과 허풍, 심리 등을 매우 예리하게 파고 들기에 종종 고양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어렸을 때, 눈에서 불이 나는 듯 쏘아보던 고양이의 눈빛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매서운 직관이 있기에 소설 속의 고양이는 사람들의 마음 속을 맘대로 드나들면서 세상을 향하여 인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고양이는 인간들이 먹는 떡국떡을 먹다가 이빨 사이에 떡국떡이 끼고 말았는데 이것을 빼내기 위해 동그랗게 뛰면서 춤을 추게 되는 장면에서는 웃을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빨 사이에 낀 떡조각을 빼내기 위해 춤추는 고양이를 상상해 보세요. 우리들도 가끔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행동을 하게 되지요. 사람들은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을 때 매우 강렬한 춤을 추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고양이가 그렇지 않았을까요?

 

이웃집에 살고 있는 예쁜 얼룩 고양이를 잠시 사랑하기도 했지만 얼룩이는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름 없는 고양이는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초연함도 보여줍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 유일한 고양이였는데 말입니다.

 

 

 

 

1900년대의 일본 근대 사회는 인정을 베푼다던지 하는 등의 사회 미덕이 엷어지며 개인주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갑니다. 사업가인 가네다 일가가 배금주의의 세태를 대표한다면, 그 반대쪽은 구샤미, 이학자, 시인, 철학자 등은 무위도식을 일삼고 있는데 이들은 일종의 지식인 공동체라고 할 수 있지요. 많이 배우긴 했지만 현실 적응력은 떨어지고 사회 부적응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합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 세대에도 이런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인산 세상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접하며 마음속에 숨어있는 거짓된 것들이 스스로 떨어져나가는 듯 통쾌하기도 했지요. 세상만사를 꿰뚫어보던 고양이는 인간들이 벌인 술판이 끝나자 인간들이 남긴 술을 호기심으로 마셔 봅니다. 술을 마시고 어떻게 될지는 하늘에 맡기고 혀를 내밀어 핥으면서 조금씩 맥주를 마시고는 실수로 독에 빠지게 되지요. 독 밖으로 나와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편안함 속에서 죽습니다.

 

 

 

"태연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는 고양이의 독백과 함께 마지막 부분의 글귀가 마음을 때렸습니다. "세월을 잘라내고 천지를 분쇄하여 불가사의한 태평함으로 들어선다. 나는 죽는다. 죽어 이 태평함을 얻는다. 죽지 않으면 태평함을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고도 고마운지고."

 

 

 

 

작품은 물론이고, 편안하게 읽히는 깔끔한 번역에 저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작가의 허무주의를 읽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와 연민에 공감하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가을에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분들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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