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줄거리]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에서 마주한 옛 기억 본문

[자전거 도둑 줄거리]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에서 마주한 옛 기억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5. 9. 30. 09:34

[자전거 도둑 줄거리]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에서 마주한 옛 기억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소진 작가의 소설집 ‘자전거 도둑’을 손에 들었을 때, 책 표지를 보고 마음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전봇대와 작은 집들, 빵가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소년, 빨랫줄에 널린 빨래 등이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표지는 나를 동심으로 잠시 돌아가게 했다.

 김소진 작가는 1963년에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으며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쥐잡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너무나 애석하게도 1997년,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서른넷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니 그의 창작열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12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중편소설로 엮인 <자전거 도둑>을 읽으며 작가가 소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마치 나와 내 주변 사람들, 혹은 부모님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책의 구절에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때,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으며, 어려운 시기를 살아 낸 어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지금 젊은 청년들이 읽으면 아마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일 수도 있겠지만, 1970년대를 살았던, 혹은 살아냈던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그 시절의 가난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12편의 단편소설 중에서 ‘자전거 도둑’은 오래도록 마음에 여운이 남는 단편소설이었다. 이탈리아 영화인 ‘자전거 도둑’을 본 적이 없지만 꼭 한 번 보고 싶게 하는 마음이 들게끔 작가는 매력적인 문장으로 글을 이끌어 나갔다. 신문기자의 자전거를 도둑질해서 타고 다닌 에어로빅 강사와의 이야기 속에서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한다. 지독하게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꾸려 가시는 구멍가게와 수도상회라는 도매점에서 물건을 떼어오는 일을 함께 했던 소년.


 그가 살아가면서 느낀 아버지의 존재!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여길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린 소년의 마음에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증오가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 마음으로나마 어렴풋하게 짐작해 본다. 눈물이 나면서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향수는 언제 더듬어 보아도 새로운 그리움으로 다가오는가 보다.

 중편소설인 <양파>는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다. 상처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미묘한 감정들을 작가는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솔직하고 싶지만 사실은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상대에게 품은 마음 속 연정까지도 소설은 물 흐르듯 그려내고 있는데 인간심리를 자연스럽게 묘사하면서 풀어내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고 드러내고 싶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랑 앞에 서로를 측은하게 여기기도 하고 때로는 부리지 않아도 좋을 오기를 부리기도 한다. 연민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연민의 마음이 있을 때 상대를 향한 미움도 사라지고 그저 나의 따뜻한 눈빛과 마음으로 다독여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소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알게 한다. 직접 체험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리 경험을 통하여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을 뜨이게 하는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해주기에 소설 읽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1970년대의 가난했던 시절과 1980년대의 정치적인 이념대립과 운동권 학생들의 이야기가 실타래 풀리듯 이어진다. 천재적인 작가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의 좋은 소설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중편소설인 ‘양파’에 나오는 한 부분을 소개한다. 

“ … (중략) … 양파의 속은 한이 없습니다. 살비듬을 걷어내고 또 사춘기 여드름을 걷어내고 또 내 한숨을, 내 눈물을 걷어낸 양파는 이제 내 손바닥 위에서 영영 사라졌습니다. 난 또 다른 양파를 집었습니다. 참다운 나를 만나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얼마나 재미있는 줄 아십니까? 벗기는 재미가 이런 줄 미처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그 재미나는 과정에 내 삶은 이렇게, 이렇게 걸레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러잖아도 매운 눈에서 눈물이 막 나더라구요. 단순히 양파의 수분 때문일까요? 그게 아니죠. 아, 저 곪아터진 여드름이, 그리고 내 눈물이 한숨이 바로 나였구나. 그게 진짜 나였구나. 내가 벗겨버린 그것이 껍데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알았습니다. 더 두려운 건 그들조차 내 눈물이 한숨이 섞인 삶의 조각들을 허드레 양파 껍질들처럼, 곧 썩어 문드러져버릴 쓰레기처럼 곁눈질 한번 안 주고 지나갈 게 너무너무 무서웠습니다. 그게 바로 제 죄입니다. 자신의 속살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양파 껍질처럼 벗겨버린 채 그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한 게 바로 제 죄입니다. … (중략) …”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지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살아가는 따사로움이 작품마다 녹아있는 소설이다. 세월의 힘은 대단하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푸르게 높아가는 하늘을 올려다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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