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들! 본문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들!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9.08.19 15:07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들!

 

늦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는 새벽단잠을 깨우네요.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마음은 벌써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리지 않고 다가오는 것은 없겠지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주는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문태준 시인이 오랜만에 펴낸 에세이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입니다.

 

 

문태준 시인은 '가재미', '맨발', '수런거리는 뒤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등의 시집을 발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지요.

 

시인이 쓴 에세이여서 일까요? 문장 곳곳에 시적인 감성이 가득합니다. 산사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 초록들판을 고요히 걸어가는 듯한 착각 속에서 한 편씩 읽었습니다. 대체로 짧은 글이지만 마른풀잎 향기처럼 여운이 오래 가는 글이기에 눈을 감고 다시금 글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생각에 젖어보았습니다.

 

감성적인 글과 더불어 예술가, 종교인들의 삶을 조명해본 글들은 신선했습니다. 화가 유영국, 조각가이자 화가이며 판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화가 장욱진, 사진가 김수남, 성철 스님에 대한 글을 우리가 삶을 살면서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오래전에 덕수궁 미술관에서 보았던 유영국 화가의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산을 주로 그린 대작을 보면서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에너지를 느끼며 그림 앞에 서 있었던 기억이 어제인 듯 새로웠습니다. 산과 함께 있는 계곡과 나무들은 다름 아닌 생명을 노래한 것이겠지요.

 

스위스 태생의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어떠한가요? 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서 한 예술가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요. 자코메티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지 않고 가끔은 그날 작업한 작품들을 부숴버린 적도 있다 하네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았습니다. 깊은 울림을 줍니다. 큰 키의 마른 사람이 걸어가는 작품인데 아름다움을 넘어선 생의 아픔이 제 마음 속으로 걸어왔습니다.

 

아! 그리고 장욱진 화가의 생애를 다시 만났습니다. 장욱진 화가의 그림을 많이 보았고 그에 대한 글도 읽었는데 아직 장욱진 미술관을 가 보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주시에 있는 미술관을 꼭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가족도' 그림을 저도 오래도록 서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성철 스님의 일상생활과 식사법은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스님이 평소 드시는 반찬은 쑥갓 대여섯 줄기, 얇게 썬 당근 다섯 조각, 한 숟가락 반 정도의 검은콩자반이 전부이며, 국은 감자와 당근만을 채 썰어 끓였고 밥은 아이들의 밥공기에 담았고 아침 공양은 밥이 아닌 흰죽 반 그릇만을 드셨다 합니다. 새벽 3시전에 일어나 108배 예불을 올리시고 냉수마찰을 매일하셨다 하니 스스로에게 얼마나 엄격하셨는지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모든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장점은 사랑하는 사람과 순수한 자연일 것입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은 깊이와 높이를 잴 수 없는 것이지요. 문태준 시인도 그러합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농사지으시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과 그 분들이 들려주시던 이야기들이 시인의 마음속에 그리움을 출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인이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로 하면서 생긴 첫 번째 습관은 행복한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저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안산자락길을 걷고 홍제천을 걷습니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남산순환길을 걷기도 하는데 속도에 마음을 두지 않고 걸으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즐거움에 마음을 두지요.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기쁨도 좋습니다. 가끔 여행길에서 바닷가를 걷고 숲속을 걸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지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는 더 단순하게 그리고 조금은 느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 앞에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달력을 보니 8월 23일이 처서네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절기지요. 내암에 뭔가를 선물하고 싶은 분들과 가을을 기다리는 분들께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를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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