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감성 공간 - 나그네들이 머물다 가던 특급 호텔, 서대문 홍제원
역사 이야기 하면 머리부터 지끈 거리는 통통 친구들이 많지요?
더불어 여태껏 모르고 지나쳤던 서대문의 감성 공간에도 눈도장 쿡! 찍으러 갑시다!
머묾의 공간 : 나그네들이 머물다가는 특급호텔
홍제원은 국립여관이라 할 수 있는 도성 부근 4대 원(院) 가운데 하나로 이 원들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였어요. 조선시대 한성 주변에는 동대문 밖의 보제원, 서대문 밖의 홍제원, 남대문 밖의 이태원, 광희문 밖의 전곶원이 있었는데 지금도 홍제원과 이태원은 그 지명이 남아 있어서 근처에 지은 아파트까지 홍제원이라 이름 짓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태원동은 오늘날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복합적 문화 공간이면서 실제로 다양한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과거 외국인 여관이 있었던 장소가 더 넓고 크게 확장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홍제원은 주로 중국사신들이 이용하였기 때문에 다른 원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고 하는데 이 건물은 청일전쟁 때(1894년)까지 남아 있었어요.
원들은 공용여행자의 숙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중앙의 공문 등을 각지로 전달하는 통로였던 ‘역’과 같은 장소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역과 원을 합쳐 역원이라 칭하기도 했어요.
‘홍제원.’ 이름도 생소한 이 건물이 어디에 있었던 건지 궁금하다고요?
홍제원은 현재 지하철 3호선 홍제역 북동쪽 출입구 부근(홍제동 138)번지에 있었어요.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이 한성으로 입성하기 위해 무악재를 넘기 직전 홍제원에서 지친 몸을 쉬며 예복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했다고 해요. 요즘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 귀빈들은 대부분 크고 유명한 ‘호텔’에서 머물죠. 그러니까 홍제원은 조선시대, 중국사진들을 위한 특급 호텔이었던 셈이에요.
작별의 공간 : 떠나고 보내는 마음의 징검다리, 옛날식 공항
또한 홍제원은 중국으로 가는 우리나라 사신 일행이 환송 나온 사람들과 작별하는 장소이기도 했답니다. 이곳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국가의 명을 따라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수행해야 할 일들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또 잘 하고 돌아오기를 서로 응원해주던 따뜻한 기운이 담긴 곳이죠.
요즘은 교통문화가 많이 발전되어 다른 나라에 가려면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잖아요.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를 멀리 보내야 할 때는 공항에 따라 나가 배웅하고, 다시 돌아올 땐 기쁜 마음으로 마중을 나가죠. 홍제원은 이렇듯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의 마음과 돌아오는 이와 맞이하는 이의 기쁨이 만나는 징검다리 역할도 했던 거예요.
음, 그러니까 마치 옛날식 공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공감의 공간 :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위로의 장터
홍제원 주변에는 술을 파는 색주가와 길손에게 떡을 파는 떡집이 많이 있었어요. 본래 옛 도성 안에서는 이런 술집 영업이 금지되어 있었다고 해요. 서민들이 나태하고 방탕한 삶에 빠지지는 않을까 우려한 임금의 뜻이었겠죠.
그러던 어느 날, 세종 집권 때의 일이었어요. 중국으로 가는 사신을 위해 홍제원에서 배웅하러 나온 환송객 수백 명이 풍악을 울리고 술을 따르며 그들에게 환송잔치를 베푼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중국 사신들을 따라가는 졸병과 마부들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고 해요. 이 장면을 목격한 정승 허조가 졸병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마음에 걸려, “사신을 수행하는 졸병이나 마부도 위로하여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건의하였는데 이에 세종이 즉시 령을 내려 한성부 내에도 이러한 술집 영업을 허가하도록 했답니다.
노동과 피로에 지친 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정치의 모범이 아닐 수 없지요. 또한 술을 못하는 사람을 위해 떡집들도 생기기 시작하였는데 떡 중에서도 인절미가 특히 유명하여 ‘홍제원 인절미’라면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홍제원 부근은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한 쉼터의 역할을 하며 서민들을 위한 놀이문화의 장소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조선시대 4대 원 중 하나였던 서대문 홍제원!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오시죠?
건물이든, 그저 공터이든, 한 그루의 나무이든 그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때는 그저 '지나치게' 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그 이름을 알고 뜻을 되짚어 보고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면 새로이 다시 '보게' 됩니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길 바라며, 통통이는 다음 주에 새로운 감성 공간 이야기를 들고
돌아 오겠습니다. coming soon ! 통통!
[통통이의 희망 공간 이야기 01]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감성 공간
- 나그네들의 마음이 쉬어 가던 조선시대 특급 호텔, 서대문 홍제원
서대문 스토리크리에이터 강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