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에서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저 또한 얼마 전에 친구에세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때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 바로 황현산(1945~2018)의 <사소한 부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황현산 선생님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지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이며, 많은 책을 번역하고 지은 책도 만다. 2018년도 타계한 그의 글은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오래 만나지 못했다가 만나는 친구처럼 반가웠습니다.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난 후의 감동이 매우 컸습니다. 모두 67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데 유려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문장에 매료 되었지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들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책의 제목인 '사소한 부탁'은 저자가 한글날에 쓴 글인데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부탁하는 것으로 사라져가는 말, 또는 서울에서 끄지 않는 말에 대해서는 그 용례를 채집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하며, 자주 쓰지 않는 그릇에 이름이 없다면 하다못해 사투리는 꼬리표를 달아서라도 사전에 올려주기를 부탁하고 있어요. 한글과 컴퓨터에 부탁하는 것은 맞춤법 검사 기능을 좀 더 섬세하게 부탁을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고.. 한글날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이지요. 그 따끔한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평론가의 시선으로 본 글이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글들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지지 않는 무성의함, 옳지 않는 것을 보고도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일들은 얼마나 많은가요. 이럴 때 우리는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과연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저자는 또한 좋은 책들을 예로 들어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우선 몽테뉴 수상록, 랭보의 시집, 아폴리네르 시집 등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영화 평론을 다루기도 했는데 신선한 시각으로 쓴 글에 감탄을 했습니다.
한편, 이 책은 이 시대의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여러 분들은 어떤 답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대의 악마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비양심적인 행동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있어 진정성을 갖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줄 알게 되면 어느정도 진정성 있는 삶을 살 수 있겠지요.
글의 뒷부분에 소개된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짧은 평론도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김혜순 시인, 김선재 소설가, 김개미 시인, 신영배 시인, 김가경 소설가, 장석남 시인에 대한 평론은 짧지만 매우 신선합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한 편의 좋은 작품을 읽고 난 후의 감동은 오래 마음속에 머무르나 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따뜻한 말을 마음속에 담고 있지만 말고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해 주면 어떨까요? '괜찬아, 잘 될 거야, 사랑해, 울고 싶을 땐 실컷 우는 것도 좋아, 힘들면 내게 얘기해 봐,, ' 등 따뜻한 말은 의외로 많고 큰 힘이 되어줍니다.
이번 겨울엔 무슨 책을 일거볼까 하시는 분들께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추천합니다. 공감이 가는 글들은 소리 내어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낭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