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서대문] 100여년 전에 쓴 러브레터를 읽다 "칼릴 지브란의 러브레터" 본문

[책 읽는 서대문] 100여년 전에 쓴 러브레터를 읽다 "칼릴 지브란의 러브레터"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21. 8. 24. 11:22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오로지 편지로만 문학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사상에 대한 견해를 나눈 책 「칼릴 지브란의 러브레터」를 읽었습니다.

칼릴 지브란(1883~1931)은 레바논에서 태어나 1895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영국과 파리에서 체류했으며 1912년, 다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활동한 뛰어난 시인이자 화가입니다. 「예언자」라는 신비로운 시의 필자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예언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읽히고 있는 지브라의 저서인데, 이번에 읽은 러브레터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100여 년 전,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이 20여 년(1912년부터 1931년까지)에 걸쳐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가 20년 가까이 편지를 주고받은 상대는 '마이 지아다'(1886~1931)로, 레바논에서 출생하여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활동했던, 아랍 문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수필가입니다.

마이는 작가로 활동하며 신간서적 서평을 쓰면서 지브란을 알게 되었답니다. 두 사람은 비록 서진 왕래를 통하여 만났지만 문학과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지르란은 뉴욕에서 마이가 활동하고 있는 이집트와 레바논으로 편지를 했고 그녀로부터 답장을 받았습니다. 손편지를 받는 즐거움! 언제 경험해 보셨는지요. 저도 꽤 오래전에는 종종 예쁜 편지지를 골라서 만년필로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체국으로 가서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을 때의 기쁨도 컸고, 답장을 받을 때의 설렘은 지금 생각해봐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브란과 마이가 나눈 아랍어로 쓰인 편지는 아랍풍의 신비로움이 가득합니다.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와 서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백하면서도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가슴 뭉클한 부분은 편지 마지막 부분마다 쓴 '신께서 그대를 지켜 주시기를'이라는 문구입니다. 얼마나 사랑이 지극하면 신께서 그대를 지켜 주시기를 바란다고 할까요. 그만큼 절실하게 사랑하기 때문이었겠지요. 아주 먼 곳에서 날아온 편지의 촉감, 종이 냄새, 이국의 소인이 찍힌 편지 봉투, 편지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낼 때의 두근거림... 기다림의 시간을 인내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이 책에는 지브란이 마이에게 보낸 편지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글을 볼 수 없지만 지브란의 편지만으로도 두 사람의 감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 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연서를 읽으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감정과 인간적인 마음을 고스란히 느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마이 지아다'에 대하여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도 독서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부모, 친한 친구, 동지)을 잃고 장기간 우울증에 빠진 말년의 비극적인 상황도 가슴 아팠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도 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브란의 글을 읽고 싶은 분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편지에서 묻어나는 감수성을 듬뿍 느끼고 싶으시다면 지브란의 러브레터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곧 다가올 가을의 향기에 취해 보셨으면 합니다.

 

한여름의 뜨거움 뒤에 소슬바람을 몰고 오는 풍성한 결실의 계절에 그리운 벗에게, 부모님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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