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과 수필집을 여러 권 발간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모음 「사랑할 땐 별이 되고」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책은 연락이 끊긴 어떤 친구가 선물한 책인데, 그 친구가 책 속표지에 이렇게 적어둔 것을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어요.
"우리들의 진정한 행복은 물건 구입도 아니요, 옷 잘 입는 일도 아니요, 남들이 가진 것 하나 더 갖는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순순한 언어의 나눔과 편안한 미소, 마음의 평안이 행복이 아닐까 해요"
그 친구의 말대로 그녀는 그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겠지요.
짧은 글 한 편 한 편에 담긴 의미는 깊고도 따사로웠습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과 일상의 귀한 시간은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많았답니다. 모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요.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한 발 물러서서 '물끄러미, 혹은 담담하게' 나와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바로 '사랑'이지요. 사랑이라는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사랑이 너무 부족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아련한 추억에 젖게 했습니다. 법정 스님,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이신 피천득 선생님과의 인연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분들이 참 많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2004년 늦가을에 피천득 선생님을 뵈었었는데 그때의 추억이 얼마나 오래도록 기억되던지요..
제가 첫 시집을 내고 선생님을 뵈었을 때 "시는 문학의 꽃입니다. 맑고 순수하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쓰기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글의 중간 중간에 작가가 소개한 여러 편의 좋은 시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높여주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그늘에 앉아 쉬어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 책을 읽고 저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 하게 되었어요. 그것은 다름 아닌 편지쓰기입니다. 10여 년 전까지도 편지 쓰기를 즐겨했는데 그 이후는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쓰지 않은 듯합니다. 친구나 가족에게도 메일이나 문자 혹은 SNS보다는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쓰고 우체국으로 가서 우표를 붙여 보내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려보아야겠습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와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치긴 하지만 곧 가을이 오겠지요. 마음이 허전할 때, 무언가 따뜻한 정이 그리워질 때, 지친 마음을 잔잔한 기쁨으로 달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에 책의 향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오래 남는 구절을 적어봅니다.
정신의 소유도, 물질의 소유도 모두 필요 외에 여분으로 갖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방해한다.
나이 들수록 온유와 겸손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본다.
세상엔 그리 숨차게 바쁠 일도 아둥바둥 싸우거나 욕심을 부릴 일도 없는 것 같다. 사소한 일들로 번민하고 화를 내며 누구를 미워하거나 용서 못하는 일들이 너무도 어리석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