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년 전에 발간된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내용이지요. 책은 물론이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생인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중편소설인 이 책을 집중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백 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읽혀지고 있다는 사실은 문학사적인 가치가 그만큼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가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작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이롭지만, 자신보다 열 살 연상인 여인(그녀에게는 이미 두 명의 아이가 있었지요.)과 결혼을 했고, 그녀의 아이들을 위하여 많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사랑의 힘이 이런 것일까요?
인간은 흔히 이기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본능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누구에게나 이중성이 있기 마련인데 지킬 박사의 이중성은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일종의 추리소설 혹은 탐정소설이라는 관념을 벗어던지고 작품에 몰두해서 읽다보면 참으로 복잡 미묘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거울을 보듯 들여다보게 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평범한 소설의 범위를 벗어난 작품이기에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은 지킬 박사의 내면에 감추어진 추악한 모습을 하이드 씨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이드 씨의 모습은 곧 자기 자신임을 알기에 그 추악함 마저 반갑다는 생각을 하는 지킬 박사의 마음은 누구나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전명작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진 책이었습니다. 어터슨 변호사, 지킬 박사, 하이드 씨, 래니언 박사 등의 인물을 통하여 작가는 빅토리아 시대 대중들의 도덕적 본능을 호소하다고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약으로 하이드 씨로 변신하고 다시 지킬 박사로 회복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세상의 추함과 선함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의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습니다.
지킬 박사는 여전히 선과 악의 앙면성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죄의식에 몸을 사리고 또 한편으로는 위선의 무게를 지고 있는 지킬 박사의 욕망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는 판단이 섰어요.
뭔가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어 보라고 얘기했던 지인의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잡생각을 할 틈이 없이 속도감 있게 읽다보면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됩니다. 이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었지요. 그리고 언젠가 뮤지컬 공연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꿈을 꾸어 봅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선한 본성과 약한 마음은 욕망을 통하여 서서히 드러나지만 그것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할 때의 파국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지요. 표지 그림에서 검은 색의 남자와 붉은 색을 지닌 남자의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간 본연의 심리 상태가 조금은 엿보이는 듯 하지 않나요? 두 사람은 하나의 존재였다는 사실이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기에 요즘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해요. 일주일에 한 번 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번갈아 가면서 낭독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낭독이 주는 기쁨을 듬뿍 느끼면서 말입니다. 낭독으로 읽다보면 이 책의 주제를 또렷이 알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