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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김유정 소설가의 단편소설 <봄봄>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21. 2. 22. 14:10

김유정(1908~1937) 소설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의 대표작인 <봄봄>입니다.

 

너무나 짧은 생을 살다 갔기에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드는 작가이기도 하지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외로움과 가난 속에서 우울하게 자랐으며 1927년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 그만두었습니다. 

 

짧은 문단 활동 중에도 김유정은 병과 가난과 싸우며 30여 편의 단편을 남기고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결핵과 늑막염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봄봄! 가만히 봄... 이라고 소리 내어 봅니다. 봄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따사로움과 희망,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나요? ‘점순’이와 화자인 ‘나’. 그리고 장인어른이라 부르는 점순이의 아버지(봉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해학적인지 모릅니다.

 

힘센 ‘나’는 점순이가 크면 장가를 들게 해 준다는 말에 점순이네 집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지요. 일만 시키고 혼례를 시켜주지 않아서 속이 타는 와중에 묘하게도 점순이가 연애의 감정을 살짝살짝 드러내는데 어찌나 귀엽게 느껴지는지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점순이는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연애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은 비슷한가 봅니다. 

 

자기와 결혼하고 싶으면 아버지의 수염을 잡아 뜯든 뭘 하든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지시를 해놓고, 막상 일이 터지니 아버지 편을 들고 마는 점순이! 정말 그녀의 속마음은 뭔지 고민하게 되네요.

봄봄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봄봄은 한편 사회적 강자(점순 아버지)와 약자(나)와의 대립과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몇 해째 돈 한 푼 받지 않고 머슴처럼 일만 해주면서 오로지 점순이와의 혼례만을 기다리는 ‘나’의 모습은 비록 세월이 변하긴 했어도 지금도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점순이가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아서 혼례를 시켜줄 수 없다는 장인의 말을 듣고 서낭당에 돌을 올려놓고 제발 점순이 키 좀 크게 해 달라...고 빌고 있는 나의 모습은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합니다. 저마다의 맡은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현시대의 많은 ‘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 봅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오고야 말지요. 그들에게 희망의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요즘입니다.   

 

단편소설집에는 봄봄 외 2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소설들은 1930년대의 농촌 현실을 해학적이면서도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봄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가 짧은 생이 아닌, 더 건강하게 오래 문학활동을 했더라면 얼마나 많은 소설들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을까... 생각하게 되는, 아쉽고 또 아쉬워지는 기분을 오래도록 들게 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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