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학자의 눈과 가슴으로 보는 경이로운 영혼의 세계,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위대한 의사이며 신경학자이자 저술가인 올리버 색스를 아시는지요? 그는 마음 속 깊은 곳에 따뜻함을 가득 담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였지요. 이번에 읽은 책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입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았어요. 아니, 어떻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할 수 있지? 라는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933년에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저자가 신경학과 의사로 진료한 환자들 중에서 스물 네명의 이야기를 모아서 1985년에 발간한 책인데, 이 책이 실린 이야기들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스물 네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올리버 색스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신체 일부가 없어진 것만 같은 느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거가 사회생활에 적응을 할 수 없을 만큼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일, 우울증이나 조증으로 겪는 단절감, 어린 시절의 상실감이 계속 이어지는 증상을 겪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치료해나가는 과정은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특히 급성다발신경염을 앓는 크리스티나 이야기와 인식불능증을 극복하고 조각가로 명성을 날리게 되는 매들린 이야기, 큐피드병 환자, 투렛증후군을 겪는 환자의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듯합니다.
올리버 색스는 모든 환자들을 애정으로 진료합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따스함을 안고 영혼이란 개념을 굳게 믿는 의사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병 자체 보다는 시림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인간적인 의사인 것이지요.
이 책은 총 4부(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비로운 인간의 뇌에 일어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지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인데 정신과 치료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실과 과잉, 이행과 단순함의 세계를 물 흐르듯 연결하여 읽다보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할지를 자신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이 책은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여러 번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특히 좋아하는 환자들은 병상보다는 자연환경에 있을 때 병세가 좋아지고 자연 속에서 자신의 특기를 찾아내기도 하지요. 식물을 기르는 것에 취미를 붙인다던가,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음악(악기 혹은 노래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 몰두하게 하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의사, 올리버 색스를 만난 환자들은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내 자신이 겪었던 상실을 기억해 봅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의 그 깊은 상실감, 소식이 끊어진 친구, 몸이 아팠을 때 마음속을 파고들던 절망감... 그러한 것들을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극복해가면서 사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 곁에 있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보듬어 주면서 살아가는 마음 넉넉한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