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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이란 무엇일까"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20. 11. 23. 11:24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이란 무엇일까"


한나 아렌트(1906~1975)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었습니다. 아렌트는 독일계 유대인이며 정치이론가, 정치철학가로 알려져 있지요. 나치를 피해서 1941년에 미국으로 망명한 후 미국 <뉴요커>특파원 자격으로 1961년에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전범자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관하고 느낌을 정리하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으로 1963년에 발간하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책은 인문학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여러나라에서 읽혀지고 있다고 하네요.



<악(惡)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차분히 읽으며 악이란 무엇인가,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들을  가끔씩 진저리를 치기도 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설비회사의 하급 영업사원이었던 아이히만이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고 나치의 선봉에서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게 된 과정을 읽다보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유대인 대량학살 집행자가 되어 600여만 명을 학살하게 되는 아이히만은 전쟁 후 도망다니다 체포되었고 예루살렘의 법정에서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교수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아이히만은 재판 전에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정신과 의사들은 그가 정상적이고 평범하다고 얘기 하지요. 아이히만은 ‘신 앞에서는 유죄이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 것이고 어느 누구도 실제로 죽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전혀 느끼지 않고 그저 복종만 했다는 한 인간의 모습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히만이 판단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조금도 논리적이지 않고 지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 자신은 성공을 중요시해서 복종한 것이며 자신이 의무에 충실하고 명령을 잘 지키고 법을 잘 지켰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납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모르면 누구나 아이히만과 같은 악행(惡行)을 저지를 수 있겠지요?


한나 아렌트는 이 책의 결론부분에서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을 제시합니다. 악이란 아이히만처럼 자신의 행동결과에 대한 진지한 사유(思惟)를 하지 않음으로 나타날 수 있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사유하지 않음으로 아이히만과 똑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지요. 역사라는 거창한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면 스스로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2012년에 <한나 아렌트>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영화를 다운 받아서 한 번 봐야겠어요. ‘기록은 기억은 지배한다’는 말이 오래도록 새겨지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경계,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어떤 답을 내 놓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영원한 숙제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