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마지막 무대 10월 연희목요낭독극장
가을이 되면 늘상 하는 일이 있습니다. 홍남교 은행나무길을 걷다가 잠시 나무 아래에 서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맞는 것입니다. 눈꽃처럼 낙엽이 떨어지면 잊고 있었던 낭만이 떠오릅니다.
올해는 문학이라는 낭만과 열정을 한번씩 느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한해였습니다. 매달 마지막 목요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리는 목요낭독극장 때문입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10월 연희목요낭독극장- 詩, 市. 시민들
지난 3월부터 매주 마지막 목요일 저녁 시민과 작가와의 진솔한 만남과 문화 예술 공연 무대를 즐길 수 있었던 연희목요낭독극장! 10월 27일 (목) 야외무대 열림에서 2011년 10월 마지막 무대를 가졌는데요, <詩, 市. 시민들 >은 관람객이었던 관객들이 무대에 참여하여 자작시 및 애송시를 발표하는 기회를 가짐으로 가슴 속에만 간직했던 문학의 열정을 보여주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색다른 감동과 열기가 넘쳤던 감동의 목요일 밤, 연희문학창작촌으로 안내해 드릴께요. ^^
1. 여는 무대 _ 연희청소년 오케스트라
모짜르트의 <아이넷 클라이넷>과 바흐의 <캐논>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된 첫 무대는 연희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협주로 열림 무대에 모인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낭독극장은 배우 양말복 님의 사회로 시작되었는데요, 쌀쌀한 가을 밤을 따뜻하게 해줄 문학의 열기가 느껴진다며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환영과 감사의 인사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습니다.
2. 문태준 시인의 <모래 언덕> 낭독과 시인과의 대화
문태준 시인의 <모래 언덕>이 시인의 낭송과 무용수의 무언극으로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낮은 중저음의 시인의 목소리가 무용가 최대웅의 몸짓과 어울어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대기 속 뭇별처럼 흩어질 것이다
시간은 뭉그러지고 늘어지는 나의 몸 위를 흘러가고
어려워라, 나의 몸조차 나의 것이 아니므로
나를 다시 구성해 나를 이해하는 일은.
나는 먼눈으로 우는, 무용한 사람
바람에 밀리며 수북하게 쌓였다
흐물흐물 허물어지는 사람
모래이불을 덮고
휘우듬하게 쌓여서 곧 쏟아질 자세
나는 점점 비대해진다
모래에 연연해하므로
모래에 매여서.
-문태준 시인의 <모래언덕> 중에서 -
한국 문단의 '느림보 시인'이라고 소개된 문태준 시인은 사람 냄새, 자연 냄새가 물씬 풍기며 서정적인 시를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사회자가 이 시가 쓰여진 배경을 물어 보았습니다. "인천 덕적도에서 모래언덕을 바라보면서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고 때로는 소복함을 느끼다가 허물어져 쓰러지는 것이 마치 사람의 존재 같은 생각이 들어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상이 시가 되고 시어가 된다는 시인의 말처럼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하니 올 가을, 모두 시인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3. 시민 참여 낭독- 세계 명시 원어 낭독
세계의 명시를 들어 보는 시간! 불어로, 일본어로, 영어로, 중국어로 읽혀지는 시는 낭독하는 분들의 감정이 묻어 나와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어는 달라도 문학은 말이 아닌 감정이고 서정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 시민들이 읽어주는 애송시 및 자작시 낭송의 시간
이번 무대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애송시와 자작시를 낭송해 주셨는데요, 시 한편 한편이 감동과 열정으로 가득했답니다. 옛 향수를 떠올리며 들었던 <국화 옆에서>, 초등학교 1학년 이수호군의 비장한 낭송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 <서시>, 명지대 문예창작과 학생의 삶의 체험이 묻어있었던 자작시 <의자>, 처절하게 가슴을 울리던 <님의 침묵>! 특별하고 감동적이었던 시낭송 발표에 관객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5. 동화 구연과 시극 공연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지인에게 들려 주고 싶다는 사연으로 신청하신 동화 구연시간! 안데르센의 동화 <달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재미있게 낭독해주셨습니다. 실감나는 목소리 연기에 관객 모두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강남대 시작 동호회 '시나락 문학동호회'는 시 <반성>을 극으로 꾸며 재미와 색다른 감동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6. 닫는 공연 - 성악가 원상운의 '향수"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원상운의 협연, <향수>를 끝으로 10월 연희목요낭독극장은 아쉽게 끝을 맺었습니다. 가을 밤,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을 가진 관객들과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 뜻깊은 무대, 음악은 끝났지만 누구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연희목요낭독극장은 2012년 새봄에 다시 이어집니다.
새로운 작가와 문학과의 만남, 연희문학창작촌의 새봄을 기대해 봅니다.
글, 사진 블로그 시민기자 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