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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억하는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은?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19. 12. 13. 14:00

당신이 기억하는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은?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분주하기도 하고 가끔은 빠른 시간 앞에서 허전한 마음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한 번쯤은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를 들어보셨겠지요? 그것이 책이든, 만화이든, 영화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빨강 머리 앤은 캐나다 태생의 소설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대표작으로 190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출간된 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인들이 즐겨 읽는 책이니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몽고메리도 앤과 비슷하게 어릴 적에 부모님의 여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지요. 



 책의 중간 중간 실려 있는, 소설의 배경인 에이번리 마을의 풍경과 앤의 학교 생활, 그리고 초록지붕에서의 생활을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기막힐 정도로 자세하고 아름답게 묘사된 자연 풍경-바람소리, 꽃이 피고 지는 것, 하늘빛, 노을빛, 풀꽃들과 지저귀는 새소리 등-와 어린 앤이 폭포처럼 쏟아내는 재잘거림에서는 묻어나온 순수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인지, 처음 읽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페이지씩 읽어가면서 마음에 생동감이 느껴지고 즐겁기까지 했지요. (※ 이후의 내용에는 책의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이 없고 수줍음을 잘 타지만 깊은 사랑을 주는 매슈 커스버트, 타고 난 성실함과 냉철함으로 앤을 향한 사랑을 잘 표현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드디어 딸로 인정하게 되는 마릴라 커스버트, 앤의 가장 친한 친구 다이애나, 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스테이시 선생님과 앨런 부인, 선의의 경쟁자였고 훗날 좋은 친구가 된 길버트 블라이드 등의 등장인물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마치 봄바람 살랑대는 숲속 같기도 하고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풍선 같기도 했답니다.



 고아원에서 매슈와 마릴라 남매의 농장이 있는 에이번리 마을의 초록집 지붕으로 입양되어 온 앤의 톡톡 튀고 생기발랄하며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야기 속으로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빨강 머리 앤을 다시 읽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하며 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애정이 넘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며 행복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고아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앞길을 스스로 개척할 줄 아는 지혜로운 앤은 한 해씩 성장하면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드디어는 퀸스 학교에 수석으로 입학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혼자서 흘렸던 눈물도 많았지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해 보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과 잘못을 인정하고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어여쁨에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열정적인 삶을 사는 앤이 우리들에게 속삭입니다.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이라고...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놀면서 시를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문학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순수하기만 합니다. 앤의 말에 ‘글쎄다...’ 하면서도 항상 앤의 입장에 서 주고 앤을 위해 모든 마음을 써 준 매슈 아저씨의 모습과 냉철했지만 앤과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조금씩 변화해가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앤을 향한 진심을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빨강 머리 앤은 따뜻한 책이고 마음에 위안과 행복을 주는 책입니다.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질 때 혹은 마음에 찬 바람이 훅 하고 불어 올 때, 무언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빨강 머리 앤을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앤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분명 마음에 환한 햇살이 차오를 것입니다.



 삶을 사랑하고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한 앤의 모습을 그린 작은 나무액자를 하나 사서 주방의 벽에 걸어 놓았습니다.  가끔씩 액자 속의 앤을 보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이야기 해 봅니다. “예쁘구나, 사랑스런 앤... 오늘도 너의 마음속에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