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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거리에서 오후의 피아니스트를 만나다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14. 9. 1. 11:31

차 없는 거리에서 오후의 피아니스트를 만나다

서울 하늘이 부쩍 높아지고 맑고 푸르러졌습니다. 23일에 처서가 지났으니 분명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8월 28일 오후 4시쯤 신촌의 연세로 홍익문고 앞 차 없는 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하늘색으로 페인팅 된 피아노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피아노에는 <당신의 연주와 함께 달리는 ‘달려라 피아노’입니다. 마음껏 연주해 주세요.> 라는 글귀가 주홍빛 예쁜 종이에 씌어 있었지요.

피아노 기증과 재능기부로 재탄생하는 <달려라 피아노>

사람과, 음악과의 소통을 바라다

<달려라 피아노>는 자주 연주되지 않아 거실이나 공공시설에 방치된 중고 피아노를 기증받아 아티스트의 손으로 새로 디자인 한 뒤, 지역 공공 장소에 설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달려라 피아노를 지역의 공원 같은 휴식 공간에 설치하여서 누구나 마음껏 연주하고 즐기며,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의 단초가 되고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이지요.

뿐만 아니라 지역 아동센터에 설치되어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예술 교육의 훌륭한 교구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글, 그림 출처 : 달려라 피아노 홈페이지 http://www.runpiano.net) 

달려라 피아노의 유래

2008년 영국 버밍엄 거리에 피아노가 나타났습니다. ‘Play Me! I’m Yours!’라는 타이틀이 붙은 피아노였습니다. 사람들은 금새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였습니다. 이 피아노는 설치미술가 루크 제럼(Luke Jerram)이 만든 피아노였습니다. 루크 제럼은 어느날 자신이 다니던 빨래방에서 어느 누구도 서로 말을 걸지 않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피아노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공공장소에 피아노를 가져다 놓으면 이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데요. 이렇게 시작된 ‘Play Me! I’m Yours!’라는 이름의 스트릿 피아노는 영국 50여 곳을 누비며 지역에 소통과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뉴욕의 Sing for Hope 재단을 통해 뉴욕에도 스트릿 피아노가 설치되었습니다. 더하모니는 뉴욕의 Sing for Hope 재단을 통해 서울의 스트릿 피아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달려라 피아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출처 : 달려라 피아노 홈페이지 http://www.runpiano.net)

지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아름다운 선율,

피아노 한 대로 공연장이 된 차 없는 거리

누군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공장소에 설치된 피아노로 인해, '거리'는 순식간에 '공연장',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피아노 하나로 공간의 의미와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 이것이 바로 달려라 피아노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어린이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새로운 경험이었던지요. 악보도 없이 제법 익숙한 솜씨로 ‘렛 잇 고’를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서너 곡의 피아노곡을 연주했답니다. 하늘색 피아노와 어린이의 하늘색 티셔츠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지나는 할아버지 한 분과 젊은 분이 어린이 옆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네요. 조금 뒤에서는 어린 꼬마가 보고 있고요.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들리는데 관심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잠깐 어린이와 대화를 나누어보았답니다. 

 

 “인천에 있는 서창초등학교 6학년 김대유입니다. 오늘 신촌에 있는 병원에 갈일이 있어서 이곳을 지나가는데 거리에 피아노가 있었고 누구나 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피아노를 쳤어요. 장래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고,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쳤어요. 거리에서 피아노 쳐 보는 것이 처음이에요.”

역시 어린이는 동심 그 자체가 아닐까요? 신촌 차 없는 거리에서 만난 오후의 피아노 연주와 어린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중고 피아노를 기증받고, 이 중고 피아노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 또한 재능 기부라고 하니, 의미 하나 하나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 음악으로 인해 거리의 타인들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음악으로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음악과 소통하고, 내 옆의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또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프로젝트인 <달려라 피아노>!

우리가 땅만 보고 걷는 거리에 하나 둘씩 생겨나는 문화 공간이 서대문구에 더욱 더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