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고가 위에서 만난 사람들♥
- 시민님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축하 메시지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이형기의 '낙화' 중에서
천만 서울 시민의 다리로 46년간 소임을 다하고 이제 그 아름다운 퇴임식을 갖는 아현고가의 마지막 발걸음을 걷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2월 8일 토요일, 조금씩 내리는 눈은 아현고가의 아름다운 퇴임식에 어울리는 꽃가루였습니다. 많은 행사가 준비되었고 역사의 현장을 함께 하기 위한 가족, 연인, 친구 등 개인, 단체가 모여 현장을 함께 했는데요, 아현고가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TONG이 들려 드릴게요.^^*
아현고가도로에서 신촌 연세로까지 종근당-아현동-신촌R-연세로를 걷는 이번 행사에는 기념선언, 사물놀이패 길놀이, 함께 걷기, 주민예술단 공연, 그림마당, 아현고가 일대 변천사 사진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차들만 다니던 도로에 사람들이 모여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러댑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어 영원히 기념할 만한 흔적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아현동에서 살다가 성남으로 이사를 갔던 이원휘(중부초 6) 학생 가족을 만났습니다. 사당에 사는 외삼촌과 아현고가철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왔다고 합니다.^^*
예전에 엄마와 외삼촌이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셨다고 해요. 늘 아현고가를 통해서 시내로 나갔다고 하시더라구요. 아현고가 공중놀이터에서 동생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가장 재미있었던 건 바닥에 색칠하는 거예요. 낙서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아현고가 철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도 물어 보았습니다.
살면서 주변이 약간 어둡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앞으로는 주변 상권도 살고 주위 경관도 환하게 바뀌니 아현동이 더 살기좋은 동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살고 있지만 언제나 제 어린 시절의 추억은 이곳에 있습니다.
행사 마당 중 즐거움을 주었던 바닥 색칠하기인데요, 아현고가 바닥에 마음껏 아름다운 색을 칠하는 모습이 진지합니다.
연가초 6학년 강정구 학생은 인터넷에서 아현고가 철거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를 졸라 함께 오게 되었답니다.
철거하기 전에 꼭 한번 오고 싶었어요. 집 근처 홍제 고가가 철거되고 주위 경관이 많이 바뀌었는데 아현고가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미리 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나중에 엣모습과 비교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강효성 아버님은 홍제고가에 이어 아현고가가 철거되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홍제동에서 살다가 2년 전 아현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우리가 이사를 가는 곳마다 고가들이 철거가 되니 아이들이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좀더 좋은 환경으로 바뀌리라 기대합니다!!^^*
눈이 조금씩 내리는 날씨였지만 많은 분들이 아현고가위에서 놀이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엄마와 팔방놀이를 하거나 요요놀이 공연에 많은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갈현초, 연천초, 대조초, 안산초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단체로 행사에 참여했는데, 새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아현고가의 마지막을 함께 했답니다.
연천초 5학년 김현정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낙서도 하고 함께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더구나 서울시장님과 악수도 하고 서대문구청장님과 사진도 찍었어요. 정말 기분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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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초 이옥희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신문기사로 아현고가철거를 접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오면 좋겠구나 생각했지요. 같은 뜻을 가진 선생님들과 함께 오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행사와 즐길거리가 많아서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자랑하라고 했어요.
친구들과 생일잔치 후 행사에 참여한 미동초 2학년 최시연 학생은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며 즐겁게 웃었습니다.
엄마와 친구들과 함께 한 최고의 생일파티였어요. 눈이 와서 어디서 놀까 걱정했는데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었지요. 그런데 아현고가는 몇 살이 되었나요?
아현고가가 철거되는 이유와 오랜 세월 소임을 다하고 퇴장하게 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현고가는 떠날 때를 알고 떠납니다. 비록 사라져 볼 수 없지만 오늘 만났던 사람들의 가슴 속에 정겨운 추억과 따뜻한 사랑을 간직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아현고가 이제 영원히 안녕!
글, 사진 블로그시민기자 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