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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독립민주페스티벌] 독립을 염원하는 민족의 저항시 심훈의 '그날이 오면'

서대문TONG 2012. 8. 7. 16:27

[서대문독립민주페스티벌] 

독립을 염원하는 민족의 저항시 심훈의 '그날이 오면'


어떤 날을 간절히 기다려본 경험이 혹시 있으신가요?

중요한 시험을 치르고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일,

학생일 적에는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하고 직장인 분들은 여름/겨울 휴가를 기다리곤 하시겠지요.


돌아보면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삶과 일상에서 차지하는 시간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그 수많은 기다림 중,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간절했던 기다림이 있었나 하고요.


여기 한 시인이 어떤 날이 오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 날이 와 주기만 한다면 죽는 것도 기쁘다고 말할 정도로 뜨거운 기다림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저항시, 심훈의 '그 날이 오면' 입니다.



그 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어떠셨나요?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다시 한 번 읽어도 무서울만큼 굳건한 화자의 의지와 열망이 느껴집니다.


그날이 오면. 그 날은 과연 어떤 날일까요? 말 할 것도 없이 광복의 날입니다.

광복의 날이 온다면 머리가 깨져도 기뻐 죽는 것이니 오히려 한이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의 국민이 광복을, 독립을 맞이했다는 우렁찬 소리를 들으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좋다는 화자. 화자는 아마 글쓴 심훈 자기 자신이었겠지요.



작가 심훈은 소설가이자 시인, 영화인입니다. 우리에게는 소설 <상록수>의 작가로 친숙한데요. 심훈 선생은 1919년 3.1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서울 각지로 전개된 만세시위운동에 참여하면서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기도 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조국 광복이나 독립의 기쁨을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부터 내 나라는 온전히 내 나라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과 나라가 갈 곳과 할 일을 마땅히 우리 스스로 정하는 것이 당연한 지금.지금에 사는 우리는 그 아픔을 알 리 만무합니다.


내 나라의 말을 쓰지 못하고, 조선에 태어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말 못할 수모와 고통을 겪었던 선대들.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쉼없이 투쟁했을,

매일 매일의 삶이 일제와의 싸움이었을 그 날들이 이 시를 읽으면 아릿하게 떠오르는 듯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1항.

너무나 당연해서 고마움조차 느낄 수 없는 이 현실을 부르짖다가 숨을 거둔 애국 열사들은 얼마나 될까요.


안타깝게도 심훈 작가는 독립 운동에 참가했다는 죄 아닌 죄목으로 심한 고문을 받아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남겨둔 시로 우리 후손은 그의 희생과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의 역사를 뜻깊게 기릴 수 있는

2012년 서대문독립민주페스티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