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1894~1963)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헉슬리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로 재치 있고 풍자적인 소설을 많이 썼으며 책을 통해 엄청난 양의 지적 정보까지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천재적인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20세기에 쓰인 미래소설인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되었으니 거의 90년 전의 소설입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어쩌면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글(2500년을 배경으로)을 쓸 수 있었으며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학 문명의 발달을 꿰뚫어 볼 수 있었을까 하는 놀라움이 컸습니다. 아주 오래 전임에도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모두 인공적으로 제고되는 미래 사회를 현실감 있게 그릴 수 있었을까요?
만들어질 때부터 계급이 정해지다니.. 알파계급, 베타계급, 델타계급, 감마계급, 엡실론 등의 계급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만 했어요.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책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벡베스 등)을 알고 있다면 멋진 신세계를 한층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주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이 소설은 기계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가 미래에 가져올 인간적 비극을 경고하는 반유토피아 소설인 것입니다. 작가 헉슬리는 이 소설을 통하여 "희생이 뒤따르지 않는 진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행복을 찾는 것도 각자의 몫이라는 결론을 다시 한 번 내려 봅니다. 편리한 것이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에 대해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도 되었어요.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 소설은 우리는 좋은 환경을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몰입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 1930년대에서 그려 본 2500년대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신 분들께 <멋진 신세계>를 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