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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서대문] 달밤이 소금을 뿌려놓은 듯..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서대문TONG 2021. 9. 24. 14:07

계절마다 떠오르는 소설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9월이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단편소설이 <메밀꽃 필 무렵>입니다. 지금 강원도 봉평에는 메밀꽃이 피기 시작했을 거예요. 해마다 9월이면 메밀꽃 축제가 열렸는데 지난 해 부터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이효석(호는 가산, 1907~1942)은 고향이 강원도 평창이며 1936년 <조광>이라는 문예지에 단펴소설인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했습니다. 문학계에서는 이 소설을 근대소설 최고의 단편이라고 합니다.

<메밀꽃 필 무렵>은 1920년대의 어느 여름 낮부터 밤까지,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 장터로 가는 길을 배경으로 쓴 아름다운 단편입니다.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구절인 '달밤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피어나는 메밀 꽃밭...'은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요. '달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장돌뱅이 허생원의 삶을 통해 떠돌이 생활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데, 그 애환 속에서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면서 따스함으로 스며듭니다. 환상적인 분위기도 물씬 느껴질 만큼 소설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주인공 허생원이 김선달과 동이에게 달밤을 걸으며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은 마치 잔잔한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설에 표현 장면을 생각해 봅니다. 달밤,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며 밤길을 걷는 소리, 동이의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너는 모습, 물레방앗간, 장터에서의 삶의 모습 등이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지는지요.

 

15년 전쯤 어머니와 동생들과 조카와 함께 봉평으로 여행을 갔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그 때 칠순이 넘으셨던 어머니가 메밀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해맑은 소녀 같으셨는데, 이제 어머니는 제 곁에 안계십니다. 세월은 가고 추억은 남는 것이라고 하지요.

 

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봉평이 그러워지는 계절 9월입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