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대한 새로운 원리!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을 읽고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제러미 벤담(1748~1832)이 지은 세계적인 고전 파놉티콘을 읽었습니다. 고전중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파놉티콘은 두께가 얇긴 했지만 전문용어가 많아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읽는 내내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고전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지요.
파놉티콘(Panopticon)은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 양식을 말합니다. 궁금한 것을 찾아보던 중에 파놉티콘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벤담이 소수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제안하면서 이 말을 창안했다고 하네요.
1791년에 발간되었으니 230여 년 전에 쓰인 책인데 그 시기에 감옥에 대한 논문을 이렇게 쓸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벤담이 태어나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시기는 서구 자본주의의 절정기면서 대호황시대였습니다. 법률학자이기도 한 벤담은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가치 안에서 법이 집행되기를 바라며 이익이 모든 가치 중 으뜸이 되는 사회를 꿈꾸었다고 하지요.
책을 읽으면서 그 시기의 사상가와 정치인들은 감옥 건축 계획을 세우고, 건축가들은 왜 최상의 감옥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형감옥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정교하면서도 치밀한 원형 감옥의 실체를 알게 되었지요. 원형감옥에서 감시자는 수감자를 볼 수 있으나 수감자는 감시자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감자들을 꼼짝도 못하게 하는 치밀한 운영방식에 할 말을 잊게 되더군요. 수감자들을 수용하는 파놉티콘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죄를 지은 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라 할지라도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하며, 엄격함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경제성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날에도 파놉티콘은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오늘날의 감시체제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미 수 백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에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가는 전자 감시도 결국은
파놉티콘이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책의 중간 중간에 파놉티콘 도면이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미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할 만큼 완벽하게 그려진 도면을 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원형 감옥의 구조를 상상을 해 보았지요.
책 표지에 적힌 파놉티콘이 가늠하게 하는 것을 옮기며 글을 마칩니다. 떤 고전을 읽어볼까... 생각하신다면 이 책을 정독하면서 고전의 세계에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를 통제하게 함으로써 규율화된 인간을 만들려는 전략은 근대의 작동 원리로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전자화, 정보화의 등장으로 통제 시스템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벤담의 파놉티콘은 이를 가늠해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