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순리는 참으로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2월 4일은 입춘이었지요. 눈이 오고 날씨는 쌀쌀하지만 분명 바람에서는 봄이 느껴집니다. 봄내음이 느껴지는 바람을 느끼며 오랜만에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운현궁에 찾아갔습니다.
'입춘대길' 운현궁에서
운현궁은 조선 26대 임금인 고종이 등극하기 전에 살았던 곳으로 생부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의 집입니다. 흥선대원군은 이곳을 무대로 10여 년간 집정하면서 어린 아들을 대신하여 정치를 했지요.
7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는데 대문에 붓글씨로 立春大吉(입춘대길)이라고 써서 붙여놓았더라구요. 입춘대길이란 글씨를 보니 마음에 벌써 봄이 온 듯 하죠? ^^
역사가 살아 숨쉬는 운현궁을 둘러보며
1. 수직사 - 운현궁의 지킴이
운현궁의 대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수직사(守直舍)가 있습니다. 이곳은 운현궁의 경비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거처하던 곳이지요. 당신의 운현궁은 상당히 넓었을 뿐만 아니라 고종이 왕으로 즉위하면서 흥선대원군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여 궁에서 파견된 경관들과 관리하는 인원이 많았다고 합니다.
2. 노안당 - 흥선대원군의 사랑채
다음에 발길이 머문 곳은 노안당(老安堂)입니다. 노안당은 운현궁의 사랑채로 정면 6칸, 측면 3칸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식 기와집이며 흥선대원군이 거처한 곳으로 고종 즉위후 주요 개혁정책이 논의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노안당이란 현판은 <논어>의 글에서 인용한 것으로, 대원군이 아들 고종이 왕이 되어 자신이 노년을 편안하게 살게 되어 흡족하다는 뜻과 노인들을 편하게 모셔야 된다는 치국(治國)의 이념을 갖고 있다고 해요.
3. 노락당 - 숙녀 명성황후의 발길이 닿은 곳
이 곳은 노락당(老樂堂)인데요. 노락당은 운현궁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건물입니다. 명성왕후가 왕비 수업을 받던 곳이자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왕의 성혼이나 즉위)가 행해진 곳이기도 하지요^^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면, 그 장면이 새록새록 생각나시죠? 노락당은 건축 양식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4. 이로당 - 금남의 구역, 안채
다음은 이로당(二老堂)입니다. 1866년 노락당에서 고종과 명성후의 가례가 치러진 이후, 노락당을 안채로 사용하기 어려워지게 되어 1869년에 새로운 안채를 짓게 되었는데 그 안채가 바로 이로당이에요. 이로당은 운현궁의 가장 왼쪽에 위치한 건물로서 노락당과 더불어 안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여자들만 살 수 있게 별도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철저한 '금남지역'이었지요, 바깥 남자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ㅁ)자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운현궁 유물전시관과 사진전시회
1. 운현궁의 유물전시관
운현궁을 다 둘러본 후, 유물전시관에도 들렀습니다. 운현궁과 흥선대원군 관련 유물 전시를 통하여 역사 속의 운현궁이 지녔던 가치와 한국 근대사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이지요. 생활 도구들과 그 시대의 의상, 서적, 장신구 등을 보면서 새삼 옛 향기를 맡게 되었지요.
2. 운현궁의 겨울 사진전시회
운현궁에서는 2월 27일까지 운현궁을 주제로 한 겨울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답니다. 눈 덮힌 운현궁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고즈넉한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했다죠 ^^
시간이 흐르고 역사가 흐르며 사람들의 마음도 시간을 따라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가득 안고 운현궁을 나섰습니다.
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주는 느낌이 매우 다르지요.
겨울이 지나기 전에 운현궁에 한 번 들러보심이 어떨까요?
글과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