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만나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본문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만나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20. 6. 29. 10:33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만나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유월이 가는 길목에서 다시 읽어본 박완서 선생님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오래 전에 읽었을 때의 감동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 더 많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2011년 1월에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가 아주 많지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벌써 선생님께서 돌아가신지 9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1부 ‘내 생애의 밑줄’과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단상을 적은 2부 ‘책들의 오솔길’, 김수환 추기경과 박경리 소설가,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을 적은 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구성된 글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산문집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여러 길 중 강을 따라 걷는 길, 숲속 오솔길을 걷거나, 해안을 끼고 걷고 또 걷고 싶어지네요. 걸으면서 내 안에 고여 있는 맑지 않은 생각을 털어내고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 거의 매년 들른 섬진강가의 여러 마을 중 곡성의 한 마을에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모습이 눈에 그려지면서 봄바람처럼 거침없이 길을 떠나고 싶은 울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집밥에 대한 생각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이 주는 사랑과 위안과 평화로움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들을 지켜준 그리움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집밥, 배우자가 해 주는 집밥... ‘밥’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따스한 느낌이 좋습니다.



 지금이야 놋그릇을 사용하는 집이 많지 않겠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기억은 그리움에 젖게 합니다. 전기보온밥솥이 없었던 그때 귀가가 늦으시는 아버지의 저녁밥을 놋그릇에 담아서 누비로 만든 밥주머니에 넣어 이불 속에 두었다가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저녁상을 차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모릅니다. 


융처럼 부드러운 천 안에 솜을 넣고 누벼서 만든 남색 보온주머니가 눈앞에서 아른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이렇게 그리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어머니가 만드신 그 주머니 하나쯤 간직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누군가와 같이 따뜻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알기에 가끔씩 좋은 벗을 불러 집밥을 해서 먹고 싶습니다.



 13권의 책에 대한 단상을 적은 책들의 오솔길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고 또 좋은 책은 얼마나 많은지요. 나이가 더 들어서도 독서의 즐거움만은 오래도록 누렸으면 합니다. 작가가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는 구절에서는 제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한 편의 좋은 시가 주는 감동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하는 3부의 글까지 다 읽고 책을 덮으며 좋은 책을 읽었을 때의 충만한 기쁨에 며칠 동안 행복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셨던 구리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차산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책에 소개된 박경리 선생님과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을 담담하게 읽으며 그분들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주와 통영의 박경리 문학관과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에 다녀왔던 일도 새삼스럽게 그리워집니다. 


 좋은 수필이 읽고 싶어질 때,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면 박완서 작가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엄마들께도 권하고 싶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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