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멍시, 광자(狂者)의 탄생
류멍시(1941~ )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그는 주로 근현대 지성사를 연구하는 저술가이며 학자인데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책 읽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류멍시는 어떤 개념이나 주제를 골라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요.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광자들의 삶과 정신을 이해하려고 정독을 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답니다. 그만큼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광자 개인의 삶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꿰뚫어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중국 역사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분들께는 깊이 있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지적하듯, 공자나 맹자에게 광자(狂者)란 감히 생각하고 감히 말하며, 행동하는 자유정신과 창조 정신이 충만한 사람으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분투하는 이상주의자입니다. 공자는 ‘광자’를 ‘뜻이 높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광(狂)의 개념에 대해 파고드는 통찰력은 놀랍기만 합니다. 역사는 시대와 사람과 사건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제나라 사람인 동방삭(東方朔)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입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광인으로 여겼는데 그는 취기를 빌려 속마음을 노래로 털어놓기도 하지요. 죽음에 임박한 동박삭이 가슴에 묻어 두었던 생각을 황제에게 전하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간사하게 아첨하는 신하를 멀리하시고 참언을 물리치십시오.” 라고 한 말을 오래도록 음미해 보았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눈멀지 말고 제대로 보면서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싶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진정한 광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광자의 정신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부분은 기존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자신이 품은 이상을 적극적으로 발휘하는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은 학생들이나 논문식의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면 노트에 옮겨 적어도 좋겠지요. 우리는 요즘 읽고 쓰는 시간을 별로 갖지 않는 듯합니다. 좋은 구절을 노트에 적으며 가끔씩 생각날 때 펼쳐보는 것도 독서의 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