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100대 작품! 새롭게 읽어보는 '돈키호테'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돈키호테>입니다. 돈키호테를 일컬을 때마다 여러 가지 수식이 뒤따릅니다. 고전, 세계를 움직인 100권의 책, 세계문학 100대 작품, 죽기전에 꼭 읽어야할 책 등등...
돈키호테는 기사소설에 빠져서 정신을 잃고 기사가 되겠다고 나선 미치광이 돈키호테와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종자 산초 판사가 만들어 낸 희극이면서 비극인 작품입니다.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제가 읽은 책은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1권만 해도 그 분량이 약 800여 페이지에 달합니다.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58세였던 1605년에 1권이 출간되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615년에 2권이 출간되었으니 무려 400여 년 동안 읽혀온 책입니다.
모욕과 불의를 쳐부수는 용맹스러운 돈키호테! 그는 작가가 만들어낸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모든 일들을 기사소설에 나오는 상황으로 인식하는 돈키호테와 그를 믿고 따르는 산초 판사의 기상 천외한 사건들을 읽어나가며 각 사건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돈키호테라는 노련한 익살꾼을 통해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지요. 돈키호테는 이야기합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자신이 누군지 아는 일이야말고 세상에서 가장 여러운 지식이다'라고 말입니다. 자신 외의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살고자 하는 돈키호테를 통해 우리는 삶의 다양성을 찾아내게 됩니다. 돈키호테의 광기는 바로 굳건한 의지에서 나오기에 마냥 미치광이로만 생각할 수도 없지요.
감독이 죄수들의 등을 채찍으로 내리치는 것을 본 산초는 그 형벌의 장을 지옥이나 연옥이라 표현하는데 그 말은 바로 국가 권력으로 가득 차 있는 불의의 시대를 향한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요?
후퇴하지 않는 모험을 통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다시 모험을 떠나는 진정한 휴머니스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돈키호테에게서 우리는 긍정의 미학을 경험합니다. 모험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산초와 돈키호테는 더욱 현명하게 상활을 판단하게 됩니다.
작가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역설의 미학으로 세상의 양면성을 보여 주고 있지요. 현실의 불확실성과 모호한 경계, 희극과 비극이 교차되는 삶을 보여주며 세상은 단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허구의 작품임에 틀림 없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깊게 생각하게 되는 뛰어난 작품이지요. 믿을 건 자신 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살고자 하는 최고의 미학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에 돈키호테의 광기는 믿음과 인간 의지에 바탕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풍차를 거인으로 믿고 돌진하며, 양떼들을 군대로 확신하고, 포도주가 가득 담긴 자루를 왕국의 거인이라 여기는 부분에서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안셀로'와 '로타리오', '카밀라'이야기 - <당치않은 호기심을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누군가를 시험하는 것의 결말이 얼마나 끔찍한지, 의심의 끝은 곧 파멸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를 읽으며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정함과 동시에 믿는 것! 그 역할을 산초가 잘 해내고 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산초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산초 같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반문해 보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산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요. 나 자신에게 산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타인(가족, 친구 등)에게 진정한 산초가 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독서하기 좋은 계절,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께 돈키호테를 적극 추천합니다. 눈으로 읽다가 가끔은 큰소리로 낭독하면서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돈키호테가 되어 보고 산초가 되어 보면서 낭독의 즐거움도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