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품에 안겨보다
가족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설 연휴를 보내고 왔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에게 서로 덕담을 하면서 새삼 시간의 빠름을 느꼈죠. 설을 세고 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남산에 가기로 했답니다. 연일 영하 10도를 넘었던 날씨가 설 연휴동안 포근해졌는데 이 날은 잠시나마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였지요 ^^
오랜만에 남산 산책로를 걸으니 기분이 어찌나 상쾌하던지요~! 오전 8시 조금 넘어 산책로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경쾌한 모습으로 가볍게 조깅을 하기도 하고, 천천히 걷기도 하고, 조금 빠른 속도로 뛰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
힘차게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일상의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이 건강하니 저렇게 활기찬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지요. 건강한 몸으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졌습니다.
설연휴에 느낀 남산의 멋
산책로를 걷다보니, 밤이면 환하게 불을 밝힐 초롱과 겨울의 찬 바람으로부터 어린 잎들을 보호해 줄 짚덮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산책로를 걷다 마주친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와룡묘'
산책로를 따라 남산타워를 오르는 길의 왼쪽으로는 조지훈 시인의 ‘파초우(芭蕉雨)’가 적힌 시비가 있습니다.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지요. 시비 앞에서 파초우를 조용히 낭독해 보았습니다.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에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촛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조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 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에서
쉬리라던고
조지훈 [趙芝薰, 1920.12.3~1968.5.17] - 청록파 시인. 자유당 정권 말기에 민권수호국민총연맹, 공명선거추진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하여 시집 《역사 앞에서》와 유명한 《지조론》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 《승무》 등이 있다.
조지훈 시인의 아름다운 시 <파초우>를 낭독하고 난 뒤 정갈해진 마음으로 오른편을 돌아보니, 남산의 다른 이름인 목멱산의 이름을 딴 찻집도 보입니다. 바로 옆에서는 몇 사람이 베드민턴을 치면서 웃음꽃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산책로 초입에서는 와룡묘(臥龍描)도 볼 수 있습니다.
와룡묘는 서울특별시 민족자료 제5호소, 제갈량을 모시는 신당입니다. 제가량을 와룡(臥龍)이라고도 일컬었기 때문에 이곳을 와룡묘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남산 산책로의 품을 느끼고 돌아오는 길
남산 산책을 마치고 천천히 줄을 타고 가는 케이블카를 보면서 아주 오래 전 청춘의 나이였을 때 케이블카를 타고 즐거워했던 일이 떠올라 잠시 옛생각에 잠기기도 했답니다^^ 남산의 품은 참 아늑하고 또한 따사로웠습니다. 마음 한 자락이 시리거나 혹은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으면 서울의 심장부인 남산을 한 번 가 보시는건 어떨까요? 남산을 품에 안고 남산길을 걷다보면 시린 마음에 모락모락 따사로움이 피어날 것이고 활기찬 모습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활기찬 기운을 느끼게 되겠지요~^^ 모두 복 많이받으시고, 활기찬 신묘년 만들어나가시길 바랍니다.
글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