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갤러리]'사라의 짐 The Burden of Sara' - 봄로야의 공연 속으로!
홍제천갤러리에는 닷라인TV의 여름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http://tongblog.sdm.go.kr/2750)
지난 9월 14일(일) 오후 5시 '콩닥콩닥 5페이지 소설- 봄로야展'이 열리고 있는 홍제천 갤러리 앞에서
인디밴드 가수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봄로야의 공연이 있었답니다~
올 여름에 발매한 봄로야의 <사라의 짐>에 수록된 노래를 낭독과 노래로 부릅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오후,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책 낭독회에 TONG이 다녀왔어요~^^
작가이자 가수인 김은진씨는 '봄로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봄'은 계절을 뜻하기도 하지만 눈으로 '보다'의 준말이기도 하답니다.
세상을 그녀만의 예민한 시선으로 마주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번 공연은 갤러리에 전시된 <0페이지책> 봄로야 작가의 작품 앞에서
<사라의 짐> 이라는 또다른 작품을 만나는 시간인데요,
작가가 직접 낭독을 하고 노래도 하는 독특한 공연입니다.
특별한 무대가 있거나 관객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
홍제천에 더욱 어울리는 공연이란 생각이 드네요~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꼬마 관객들의 호응 속에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너의 기억이기도 하다. 내가 힘들게 맞선 기억들이 네게는 한껏 도망치는 기억들이다.
희미해지는 기억들이 네게는 전히 타오를 수 있다. 애써 덮어놨더니 금새 드러난다.
내가 준 기억을 아침에 네가 받았다고 들었다. 고운 입자의 기억이 너의 밤에 거칠게 드러난다고.
새벽이면 바스러져 버린다고 들었다.
기억으로만 남은 텅 빈 네 몸이 다른 곳 어딘가에 실재하여 거닐고 있단다.
-<사라의 짐> 중에서 "
첫번째 낭독 후, 밀림여관이라는 곡이 공연되었는데요~ 한편의 드라마 같은 몽환적인 노래였답니다.
<밀림여관>
거친 숲 속을 허덕이며 헤매이다 도착한 밀림여관
숨을 고르며 ‘거기, 누구 없어요’ 하자
작은 미닫이 창문이 뱀처럼 스르륵 열리며 주인이 말하길
‘거기, 주머니 속 볼펜 하나 주면 들여보내 주지.’
잔뜩 지친 나는 펜을 주고 방으로 들어왔네
숨막힐 듯 고요한 밀림의 밤이 깊어 가네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꼭 적어 둬야 했는데 아차, 볼펜이 없네
주인에게 부탁했지만, 주인이 말하길
‘펜을 돌려 받고 싶으면 여기서 나가시오.’
글을 쓸 수 없게 됐네 읽을 수가 없게 됐네
생각할 수 없게 됐네 말을 할 수 없게 됐네
"기억의 실루엣이 감은 눈 앞. 검은 장막에 맺힌다. 눈을 더욱 힘주어 감는다.
사라는 기억을 조금 더 자세히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다.
빛없는 깜깜한 어둠에서 기억의 형태를 건져 올린다.
더듬고 스치며 반복하고 곱씹는다.
그렇게 겨우 그려낸 풍경의 선들은 눈을 띀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사라의 짐> 중에서 "
두번째 곡은 <섬>인데요, 사라의 외로움이 곡에 녹아 있는 하여 마음에 와 닿았답니다.
<섬>
어둠 속에 침잠한 촛불은 타오르지 않고
불이 꺼 질랑 말랑 위태로운 성냥불까지
외롭지 않은 게 없네 외롭지 않은 게 없네
가시 돋은 선인장은 사막을 꿈꾼 채 자고
혹이 사라 질랑 말랑 불안한 낙타들까지
외롭지 않은 게 없네 외롭지 않은 게 없네
아무도 모르고 지나치는 미세한 먼지만 부유한 채
어두운 섬에 누운 것처럼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섬에 누운 것처럼
"머릿속에 뭉쳐 있는 기억 덩어리의 형상을 문장으로 적어보았다.
저장된 기억이 눈 앞에 스며 나오는 느낌들도 적어 보았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머무는 기억의 좌표는 떠올릴 수록 어지럽게 떠돌아다닌다.
-<사라의 짐> 중에서 "
세 번 째 곡은 <잠이드네> 입니다.
사라의 기억이 꿈 속에서 추억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잠이드네>
그의 손을 놓은 날 밤 난 추억을 쏟아 내네 나도 모르게 낡아 버린 시간들
지나간 여우비처럼 사라진 추억들이나의 눈물에 어른거려 그만 나는, 소리 없이
잠이 드네 꿈을 꾸네
꿈 속에서 난 검은 어둠 속에 들어가 숨을 쉬고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이 웅크리고
그의 손을 놓은 날 밤 난 추억을 쏟아 내네나도 모르게 낡아 버린 시간들
잠이 드네 꿈을 꾸네
마지막 곡은 <생일>입니다.
시간이 모아져 만든 날들 속에 내가 존재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기억해야 존재하는 생일! 지금 케이크와 촛불을 켜는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생일>
아침에 눈뜨면 침대에 가시가 가득해요
음악을 들을 땐 스피커에서 가시가 쏟아져요
나 걸어갈 때 발 밑에 쌓이던 가시들아무래도 내가 시계가 되었나 봐요
내 몸에서 뾰족한 초침들이 솟아나나 봐요
그 초침들이안타깝다 안타깝다 나를 찌르나 봐요
밤이 오면 자욱하게비 내리는 초침 속을 헤치고 백살 이백 살 걸어가 보기도 해요
저 먼 곳에 너무 멀어 환한 그곳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다고
아주 행복하다고 당신 생일 날 그 초침들로 만든 케이크와 촛불로 안부 전해요
자전거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야외에서의 공연은 실험적이었답니다.
경직되지 않은 자유로움 속에서 펼쳐진 공연은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낭독과 의미가 담긴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공연을 기획한 닷라인TV와 봄로야 작가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