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 방문간호사를 아시나요? 지난 구정 업무보고회 때 남가좌2동에서 '방문간호사'에 대한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서대문구 동 주민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문간호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요. 얼마 전 천연동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방문간호사 박향숙님을 만난 적이 있던 터라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보건소에 가야 받을 수 있었던 복지서비스를 동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는 '방문간호사'에 대해 TONG이 직접 천연동과 남가좌2동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알아보았습니다. ^^
천연동 주민센터 박향숙 방문간호사를 만났습니다. 주민센터에서도 가장 바쁘게, 가장 열심히 열정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동주민센터 직원의 칭찬에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하시지만 그녀의 빽빽한 일정이 적힌 달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동주민센터와 보건소를 오가며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만도 할텐데도 밝은 미소로 주민들을 맞이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방문간호사의 동 주민센터 배치,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서대문구는 복지서비스를 잘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동주민센터가 서비스의 전달창구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2012년부터 '동복지허브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구민들은 더불어 보건 서비스를 동시에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 비율이 89%나 됩니다. 보건은 보건소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서로 분리되어 전달되는 비효율성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없애고자 서대문구에서는 '보건과 복지의 전달창구 또한 동주민센터로 통일해보자!'는 생각으로 보건소에서 파견된 방문간호사를 동주민센터에 배치하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복지서비스와 보건 서비스를 합쳐서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박향숙 간호사의 방문간호사 일기 - 홍00 (79세) 할머니의 이야기
복지통장님이 의뢰하신 홍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지하 연립주택에서 노부부가 함께 살고 계셨는데, 어려운 경제적 사정으로 자녀들과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기력 없이 누워계시는 할머니를 도우미도 없이 혼자 병수발 하시는 할아버지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대장암 투병중이라 분비물이 스며 나와 방안에는 대변 냄새가 진동하고 조금이나마 냄새를 없애 보려 닦고 씻기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일산암센터에서 관리를 받고 계신다는 할머니가 병원에 한번 다녀오기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도움이 절실하셨습니다. 1차적 경제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상담과 2차적 방문 진료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의뢰가 다행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한달에 한번씩 보건소의 의사와 간호사가 방문하여 할머니를 돌봐주시고 계십니다. 또한 분비물 관리를 위한 기저귀, 위생매트, 비닐 장갑을 매달 제공받고 계시며 영양의 불균형이 염려되어 종합비타민을 공급하고 낙상을 방지하고자 '노인복지관 재가관리팀'의 지원을 받아 거실 벽, 화장실 벽 손잡이도 붙여드렸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원하시는 분들을 찾아 나서는 길,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희망을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남가좌2동 모성미 방문간호사는 작년 1월부터 남가좌2동 주민센터 2층 희망건강센터에서 방문대상 및 내방민원 건강검진 및 상담과 보건소 내외 각종 보건복지서비스 안내를 하고 계십니다. '나의 작은 관심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는 신념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남가좌2동 역시 독거어르신과 취약계층이 보건서비스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계십니다. 어떤 분들이 방문 간호사 서비스를 받고 계신가요?
일하시면서 힘든 점과 보람이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물론 어려웠습니다. 보건은 보건소에서, 복지는 동 주민센터에서 처리하도록 지침과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업무환경도 바뀌고 오랜 관행으로 보건과 복지의 벽이 놓아 서로 통화도, 협업을 위한 만남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서대문구는 동 복지허브화 사업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간담회, 교육, 워크숍을 통해 칸막이를 없앴고 그 결과 협업을 위한 첫 시도로 방문간호사를 동 주민센터로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동주민센터에 방문하셔서 기본적인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체크 등 기본적인 관리를 받고 계시는 분들이 계세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주기적으로 체크해 드리고 있구요. 천연동이 독거어르신들의 비율이 높아서 방문 서비스를 받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인 건강체크와 상담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정이 그리우신 분들이 많아 친정 부모님처럼 얘기를 들어드리며 잠시나마 정을 나누는 시간도 갖습니다.
사람을 많이 가리시는 편이라 곁을 주시지 않습니다. 처음에 다가설 때 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방문을 거부하며 거리감을 주던 어르신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제가 방문하면 아주 좋아하십니다. 매일 갈 수 없기에 2주나 3주에 한 번 방문을 드립니다. 이제는 친정부모님처럼 친해졌는데요, 속에 담아 두었던 아픈 사연들을 꺼내 놓으시면 저도 마음이 아파 눈물을 훔칠 때도 있어요. 가끔 '간호사님, 계속 해 주는 거 맞죠? 사람 바뀌는 거 난 싫어.' 하시는데 저도 이 일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모성미 간호사의 방문간호일기 - 김00(75세) 할머니의 이야기
재혼가정인 김할머니는 지적장애 3등급의 아들과 재혼한 배우자의 전처와의 자녀가 있었습니다.주택문제로 인해 가족간에 갈등이 생겨 전처소생들과는 오랫동안 연락이 단절된 상태이며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본인이 청소, 파출부 등 고생을 했지만 관절염 등 각종 병마로 일을 그만 두게 되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1년도에 암 검진 이후 ‘암 의심’ 진단결과를 받아 삶의 희망을 잃었지만, 암 지원비 안내를 해드렸더니 한결 밝아지셨고 치료도 꾸준히 하셔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치아손상이 심해서 식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보건소에서 하는 무료 틀니사업에 신청해 작년에 틀니도 하셨습니다. 지하에 살고 계셔서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많이 힘들어하시기에 맘이 좋지 않았는데 때마침 인천의 한 병원에서 무료 인공관절 수술을 해준다고 해서 작년 말경에 무릎수술을 받으셨습니다.수술 후 동신병원에서 재활운동에 힘쓰고 계시고, 동 주민센터에서 나온 보행기를 마련해 드려서 한결 편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동복지허브화를 통한 복지, 보건서비스의 강화는 복지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 중간 다리 역할을 감당하는 방문간호사들의 활약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희망건강센터는 소통과 화합으로 구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동주민센터에서 우리의 이웃인 방문간호사를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사진 : 블로그시민기자 서상진
자료제공 : 천연동, 남가좌2동 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