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어르신 전용 문화공간 '청춘극장'
유난히 잦은 한파와 폭설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위력은 새 계절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놀이터를 움직이니 겨우내 방안에만 계시던 어르신들도 조심스레 나들이 채비를 하십니다. 공원에 나가 하릴없이 시간을 줄이시는가 하면 지하철을 타고 춘천까지 나가보지만, 피곤하기만 할 뿐 별로 재미가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멋있는 장소를 한군데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옆지기와 함께 가셔도 좋고, 친구를 불러 전철역에서 만나셔도 좋습니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서대문역에 내려 8번 출구로 올라가 보세요. 바로 코앞에 <청춘극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환하게 맞이하는 건물이 보이실 겁니다. 바로 서대문사거리에 위치한 구 화양극장입니다. 이 곳은 서울시에서 주최하고 ㈜조이슈즈에서 주관하는 어르신 전용극장인데요. 55세 이상의 어르신이라면 누구든지 2,000원의 가격으로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답니다.
평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상영을 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에만 한답니다. 대신 오후에는 공연을 하는데, ‘동춘 서커스’, ‘추억의 버라이어티쇼’, ‘악극 아 나의 조국’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즐거움을 나누어 드립니다! 게다가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사이에는 요일 별로 취업 상담, 연극 교실, 치매상담, 문화 강좌, 노래 교실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놓쳤던 추억의 영화를 아늑한 분위기에서 정겨운 음악과 함께 보내실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을 말씀 드리자면, 보고 싶은 영화를 적어 신청함에 넣으면 그 쪽지를 참고로 원하는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니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요?^^
관람 전 후 식사를 하셔야 할 때를 대비해 근처 식당까지 소개해 놓았으니 밖에 나가 헤맬 필요 없이 편안한 걸음으로 안내표를 따라 가시면 된답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맞추어 다양한 방법으로 여가 선용을 도와드리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어르신 전용 문화공간은 유일하게 서대문구에 자리잡고 있으니 참 축복받은 동네인 것 같아요.
극장 안이 궁금해 상영 도중 살며시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빈자리가 더 많았습니다. 아직은 홍보가 덜되어 이런 행복을 모르고 계실 것 같은 우리 동네 어르신들께 얼른 가서 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버스에 올랐습니다.
글,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박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