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늦가을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날, 한 남성분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한 약국에 들어섰습니다. 약을 사려는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 약사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뒤 갑작스레 신세한탄을 늘어놓는 남성분을 싫어하지 않고 그의 애달픈 사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생활비를 벌려고 파지도 줍고 온갖 잡일을 다했지만 100만 원이 넘는 보청기를 살 수 없어요. 귀만 잘 들리면 좀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해 죽을 것 같아요, 꼭 좀 도와주세요."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 사업 부도로 대구에서 부산으로 온 김 씨는 심한 스트레스와 영양 부족으로 몸이 허약해져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채 생활고에 허덕였습니다. 그는 몸이 아파 입원했던 병원에서 링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