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양심. 지난 가을 무렵인 것 같다. 남편이 울산에 근무하고 있어서 잠깐씩 다녀오곤 할 때였다. 은행잎이 곱게 문든 가을 날 태화강을 끼고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잠시 정류장에 멈추었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KTX역까지 가자면 버스밖에 없기 때문인지 정류장마다 승객들은 계속 올라왔다.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한 할머니가 손을 들고 헐레벌떡 달려오셨다. " 기사양반, 내가 어제 차비가 없어 그냥 탔는데 가서 얘기하이소 " 만 원짜리 한 장을 요금함에 넣자 기사님은 잔돈지급버튼을 눌렀다. 거스름돈을 챙긴 할머니는 얼른 내려가셨다. " 고맙습니데이 " 할머니를 내려준 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나가는데 내 머릿속에는 예쁜 그림 하나가 그려지고 있었다. ' 어제 할머니가 버스를 탔는데 지갑이 없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