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독립민주페스티벌] 예술도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참여시의 대표작 김수영의 "풀"
아래 사진은 대나무와 풀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강할까요?
질문이 너무 쉬웠나요? ^^ 당연히 대나무가 더 강하다고 답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단단한 대나무에 비해 얇고 연약한 풀은 비할 바가 아니겠죠.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 풀은 대나무보다도 강해질 수 있답니다.
거센 바람이 몰아칠 때 대나무는 부러질 수 있어도, 풀은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기 때문입니다.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더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시인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입니다.
풀이 눕고, 풀이 일어서고, 풀이 울고, 끝에는 풀이 웃는다고 말하고 있네요.
이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그 시대 배경과 합쳐져 김수영의 풀은 참여시의 대표작으로 손꼽힙니다.
*참여시란?
1960년대 정치 현실과 사회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현실 참여를 주장했던 한국 현대시의 한 경향을 말합니다. 4.19 혁명을 거치며 현대시의 흐름이 참여시로 변화를 드러내게 됩니다.
풀은 나약한 우리 민중을 나타냅니다. 그에 반해 바람은 우리에게 닥친 시련을 말하는 것이겠죠. 바람을 이기지 못한 풀은 누워 울게 됩니다. 그러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기 시작하죠. 그리고 종래에는 바람보다 먼저 웃음으로써 현실을 이기고 승리한다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인 김수영은 1921년 11월 서울에서 출생해 1945년 '묘정의 노래'라는 시로 등단했습니다.
김수영의 시는 4.19혁명 이후로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이전의 시에서는 자조적이거나 허무한 의식이 나타나 있었다면, 그 이후에는 현실에 대한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군사정권 아래 자유가 좌절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식인으로서 느꼈을 통탄과 회의를 바깥으로 토해내는 수단이 바로 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시의 대표작이 된 이 '풀'이라는 시를 남긴 지 약 보름 후, 김수영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60년대 우리나라는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유와 평등에 관한 고찰, 새로운 시대정신이 세워졌고 우리는 그것을 이런 시 한편에서 느낄 수 있지요.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 세계로 도피하는 예술이 아닌, 좀 더 나은 현실을 위해 그 속으로 빠져드는 예술.
참여시는 이런 시각에서 볼 때 현실과 예술 모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의 역사를 뜻깊게 기릴 수 있는
2012년 서대문독립민주페스티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