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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울타리로 100가정 보듬기 : 서대문에서 찾은 나의 행복한 삶 이야기 01] 장애는 유전될 수 있지만 불행마저 유전되지는 않습니다

서대문TONG 2012. 3. 29. 14:57

[행복 울타리로 100가정 보듬기 : 서대문에서 찾은 나의 행복한 삶 이야기 01]

장애는 유전될 수 있지만 불행마저 유전되지는 않습니다


 

반복되는 어둠 속에서 새 희망을 찾은 안상은(42, 가명)씨 가족 이야기

 

 

 어둠뿐이었던, 탄생의 순간


  100가정 보듬기 사업의 첫 주인공이 되어주신 안상은(42, 가명)씨 가족은 베트남 출신의 아내와 두 아이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입니다. 최근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은씨의 가족을 힘들게 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상은씨의 시각장애입니다. 그는 자신의 탄생 순간을 ‘어둠’이라고 말합니다.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받게 된 시각 장애 1급 판정 때문에, 축복 받아야 할 순간 끝없는 암흑이 순식간에 그의 삶을 뒤덮고 말았습니다.

  장애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었지만 그는 부모님의 품속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여의도 장애인 특수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별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며 장애의 시련을 딛고 극복하며 부모님 도움 없이 진정으로 홀로설 수 있는 삶을 꿈꾸며 기대에 부풀었다고 합니다.

 

 

소박한 행복의 조건 

  그가 꿈꾸는 행복의 조건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떠안고 이해하며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며 앞날을 설계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나간다는 것은 마음먹은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취직한 첫 직장인 제빵회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의 눈은 메뉴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직장을 그만 두어야만 했습니다. 1급 장애를 안고 있다는 이유로 일반인으로 살아갈 기회를 박탈당한 것 같아 깊은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가정형편 악화에 따른 갈등으로 부모와 형제들은 서로 이별하여 어려운 생활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노력한 결과 그는 안마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출장 안마를 통해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했지만 생활은 여전히 어려웠고 그는 또다시 절망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의 안쓰러운 모습에 가족들은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가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보듬어 앞으로의 삶을 함께 걸어 나갈 동반자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만의 가정을 새로이 꾸려 그 안에서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가족들의 바람으로 국제결혼을 결심하고 그는 형과 함께 베트남으로 신부를 만나러 가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모자람을 채우는 행복한 더하기입니다

 

 

  결혼을 통해서, 즉 배우자를 통해 우리는 ‘덕’을 보려 합니다. 잘난 배우자를 만나 그 덕에 자신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욕망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결혼의 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리라는 희망을 품은 것은 상은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더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맞선을 보았지만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형형색색의 어른거리는 실루엣일 뿐이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설명해 주는 것을 어림잡아 상상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그의 갑갑한 시야에, 마침내 한 여성이 들어왔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데도 그녀가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운명처럼, 상은씨는 그녀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열아홉 꽃다운 나이었던 그녀는 그의 장애를 이해하고 함께 걷기를 약속했고 상은씨에게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아현동 재개발지역의 반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한 신혼살림이었지만, 그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비친 아름다운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어둠이 어둠을 낳는 불행의 고리


  결혼 한 지 1년, 드디어 아이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아이만큼은 빛 속에서 환하고 밝은 탄생의 순간을 맞이했으면 했던 그의 평범한 소망은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눈동자는 그를 닮아 초점이 흐렸습니다. 왜 아무 죄도 없는 아이에게까지 장애가 되물림 되어야만 하는지 그는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여 죄인의 심정으로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아이는 4급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가 책임져야만 하는 건, 둘이 아니라 셋의 삶이었습니다. 더 이상 슬픔 속에 잠겨 있을 수만 없었던 그와 아내는 다시 희망을 품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교회의 야간 다문화 교실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아내와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자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중 찾아온 두 번째 임신 소식. 이번만큼은 아니겠지… 했던 가느다란 희망의 실마저 차가운 현실 속에 끊어졌습니다.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더 심한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모래성처럼 겨우 위태롭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과 같은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그는 다시 손을 굳게 맞잡았습니다.

 

 

100가정 보듬기로 찾은 행복한 삶


“우리는 할 수 있어, 우리 아이만큼은 꼭 훌륭하게 키우자”

  절망을 극복할수록 우리는 강해집니다. 그와 아내는 주어진 환경을 뛰어 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한국어가 능숙해지자 다른 다문화 가정의 해결사가 되어 의견을 조율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또 시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우는 등 여러 가지 자기개발을 함께 해나갔습니다.

  어둠을 딛고 시작한 새 삶이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실생활은 여전히 힘겨웠습니다.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월급과 장애연금을 합쳐도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뉴타운 개발과 맞물려 이제 보금자리였던 집마저 비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의 가족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이 바로 서대문구청의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었습니다. 서대문구 복지 프로젝트인 100가정 보듬기 사업의 첫 주인공이 된 그의 가족들은 그동안 절실했던 후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희 성당의 주임신부님께서 가족들을 위한 경제적인 부분을 후원해주었고, 상은씨 가족은 반 지하 쪽방에서 벗어나 꿈에 그리던 조그만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방이 두 개로 늘어나 아이들 방을 따로 내줄 수 있고, 외국에서 장인·장모님이 오셔도 편히 주무실 공간을 드릴 수가 있어 행복하다며 상은씨는 오랜만에 해맑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어둠을 극복하면, 나는 다른 이의 ‘빛’이 됩니다.

 

 

  상은씨의 큰 아들 영준이는 꿈이 많습니다. 소방관, 경찰관, 선생님, 가수 택시기사 등. 그 중에서 택시기사가 꿈인 이유는 눈이 보이지 않는 가족들을 태우고, 어디든 가고 싶은 소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상은씨와 아내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조그만 베트남 쌀국수 가게를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의 여부와 상관없이 두 아이를 건강하고 밝고 훌륭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더 열심히 일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는 상은씨.

  자신이 지닌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두가 그 한계에 부딪쳐 ‘어차피 나는 안 돼.’ 하는 심정으로 인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서대문의 복지정책을 통해 어둠의 터널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이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 터널의 끝에서 더 가득 빛을 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장애는 유전될 수 있지만, 그 장애로 인핸 불행은 결코 거듭 유전되지 않습니다.

 

노력과 사랑으로 어둠을 극복한, 희망의 얼굴로 또 다른 이들의 든든한 후원의 ‘빛’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