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 법정'을 기억하다 - 법정 스님 사진전과 손글씨전에 다녀와서 본문

'비구, 법정'을 기억하다 - 법정 스님 사진전과 손글씨전에 다녀와서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1. 3. 14. 17:20

작년 3월 11일, 많은 이에게 큰 깨우침을 주시던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8일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날의 음력일인 1주기였지요. 저는 10여년 전에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을 만나 뵌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법정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스님의 형형한 눈빛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그리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인사동에서 법정스님을 기억하는 사진전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되어 이른 오후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서는 법정 스님께 드리는 헌정 사진전과 함께 법정 스님께서 쓰신 글을 손글씨로 써 내려간 글과 그림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스님,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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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의 '토포 하우스'라는 곳입니다. '형형색색의 만장도 없이 꽃상여도 없이 '비구 법정' 단 두 마디가 적힌 종이 위패로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가르침을 일깨워주시다.'라는 글귀가 가슴 속으로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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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는 근승랑 사진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사진 작가는 길상사에서 7년 동안 사진 공양을 드렸다고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사진전에 찾아오셨더군요. 몇 점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사진 촬영이 허가된 장소랍니다^^)






그를 기억하는 사진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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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 미는 스님 - 법문을 하시기 위해 법당으로 향하시다가

길상사 고갯마루에서 사무장님이 힘들게 수레를 끌고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자,

가던 길을 멈추고 있는 힘껏 밀어주시고 있는 법정 스님의 모습이다.

당신은 철저히 소유의 욕망을 절제하고 존재의 자유를 추구했던 분이셨다.

스님이 가난하게 사는 게 염원이라고까지 마름하신 이유는

가난해야 있는 그대로의 본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님의 도움으로 사무장님은 가뿐하게 고개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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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차
- 2009년 늦봄, 법정 스님은 지인이 보내온 차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해 건강이 갑자기 악화된 스님은

해마다 가셨던 남도 봄나들이마저 거르셨다. 그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스님은 손안의 차를 오래도록 눈과 코로 음미하며 이미 깊어진 봄의 청취를 느끼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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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과 안경
- 스님의 손에 쥐어진 찻잔과 안경. 스님의 삶을 말해주는 것들이다.

세상에 글로 알려진 스님이지만 손은 유약하기보다는 노동에 단련된 것처럼 억셌다.

스님 삶이 어떠했는지 그 손이 말해준다.

찻잔과 안경은 당신 삶이 어디서 위로받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차와 책을 가까이 하셨던 스님께 이들을 맑은 가난의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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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닮은 행전 - 날을 세운 행전에서 법정 스님의 올곧은 성정이 엿보인다.

사진을 찍으며 빳빳한 행전이 당신의 날카로운 눈빛과 어쩌면 저렇게 닮을 수 있을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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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 늦가을에 누군가 스님께 푸성귀를 보내왔다. 스님이 좋아하는 나물인 것 같았다.

스님은 봉투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좋아하셨다. 스님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스님께서 입적하시기 보름 전 해남 미황사 금강 스님이 병실로 매화 한 가지를 보내자,

그걸 보시고 "내가 너를 보러 가야 하는데 가지 못하니 네가 왔구나"라며 반기셨다고 한다.

병색이 완연한 스님이 푸성귀를 보며 미소 띠시는 게 좋아 기쁜마음으로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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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빠삐용 의자
- 스님의 다비식 날이다. 그런데 마치 스님이 방 안에 계시는 양

빠삐용 의자도, 고무신도, 그리고 불일암도 그 모습 그대로다.

사진쟁이는 고무신에 더 눈길이 갔다. 스님의 영혼은 필시 이승이 아닌 곳에서

빠삐용 의자에 앉아 별을 세는 재미에 즐거워하고 계실 테지만,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은 스님의 입적을 슬퍼하는 우리네 중생들의 마음이
처연히 투영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의자는 법정 스님께서 직접 만드신 의자입니다. 소설 '무소유'에서는 이 의자의 이름에 대한 구절이 나옵니다. "의자 이름은 지어둔 게 있어. 빠삐용 의자야.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거든.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는거야." - 사진을 보고 '무소유'를 되새기며,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 되돌아봅니다.




 

법정스님의 죽비소리 - 손글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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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향했습니다. 2층에서는 김성태님의 '법정스님의 죽비소리'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그 곳에서는 법정 스님의 책 속 구절을 손글씨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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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내 솔직한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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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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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 사람은 원을 세우고 살아야 합니다. 원은 삶의 지표와 같은 것입니다.

원이 강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딛고 일어설 수가 있습니다.

원의 힘이 약하면 작은 바람에도 휩쓸려 넘어갑니다. 원은 개인적이지 않습니다.

공동체적이며 이웃과 함께 누립니다. 그래서 큰 원을 세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법정스님을 기억하는 사진전과 손글씨전을 보고나오며, 마치 스님이 살아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맑은 영혼 만큼은 계속해서 우리 곁에 남아 기억되고 있으니말예요. 스님의 모습과 글이 다른 어떤 이에 의해서 다시 표현되었지만, 인생에 대한 가르침은 생생하게 와 닿았습니다. 이제 입적 1주기이지만 10주기에도, 20주기에도 많은 중생들에게 깨우침을 주셨던 그 올곧은 성품이 계속해서 기억되고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 사진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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