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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서대문] 대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긴 고전, 10월에 읽은 책 <월든(Walden)>

서대문TONG 2021. 10. 21. 11:20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읽고 있는 책입니다. 미국에서 1854년에 출간되었으니 약 160여 년이 훌쩍 지났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번역본이 출간되어 오늘날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는 미국의 저술가이며 사상가입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했지만 안정된 직업을 갖지 않고 측량일이나 목수 등으로 일하며 노동으로 생계를 잇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월든>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28세부터 30세까지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2년여의 생활기록이자 자신의 내면 기록을 써 내려간 책입니다. 깊은 성찰과 따스한 울림을 주는 좋은 글을 쓴 저자가 폐결핵으로 4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160여 년 전에 쓰인 책인 어쩌면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들과 흡사한 것이 많을까요. 이 책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신적인 충만함이 삶을 얼마나 자신감 있고 의지 있게 살게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월든 호숫가의 통나무집에 살면서 사냥, 낚시, 농사일 등 스스로의 노동으로 먹을 것을 해결하고, 틈틈이 저술을 하고 강연을 하는 소로우는 자연 속에서의 생활에 감사함을 느끼며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스스로 영위해 나갑니다.

 

집에 대한 소유욕이 날로 커져가는 요즘의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있습니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빚을 내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월든>은 집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황혼 녘에 서 있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삶을 위한 첫걸음은 많이 소유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물질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소박하게 산다면 절도나 강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살았던 소로우의 정신에서 마치 초록숲이 뿜어내는 듯한 기운을 느낍니다.

겨울의 호숫가에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고요한 숲을 상상해 봅니다. 그것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렸기 때문이겠지요.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여 일하면서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온갖 새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동물들조차 두려움 없이 만날 수 있는 담대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쯤에 소개된 완벽한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타협하지 않은 쿠우루의 장인 이야기는 제게 커다란 울림을 주었습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우리는 시간과 타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장인은 시간과 타협하지 않았기에 최고의 지팡이를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과연 지금 제가 시간과 타협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자문해 봅니다. 그리고 굴하지 않는 신념으로 살았던 시간을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도 던져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희망이 없다면 삶은 얼마나 팍팍하고 때로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무거워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있지요. 이 말속에는 희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기대하고 있는 것과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마지막 구절을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기다림과 희망은 분명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깊은 사색의 계절, 만추에 어울리는 <월든>을 추천합니다. 투명함으로 빛나는 겨울 월든 호숫가를 거니는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겨울이 우리 앞에 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