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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역 서점 탐방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책방!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9.06.19 18:07

[서대문역 서점 탐방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책방!

 

신간을 빽빽하게 진열한 서점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서점 3곳을 소개합니다. 아주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책방도 있고 막 새로 문을 연 곳도 있습니다. 흔한 서점과 다르다 보니 한 곳, 한 곳을 찾을 때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생각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대문역, 영천시장, 독립문 어디에서 출발하든 금방 찾아갈 수 있는 책방들이니 함께 둘러보셔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쏘피아서점 - 60년간 독일에서 직접 수입한 원서를 파는 고서점

 

 

쏘피아서점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3(골든타워 13층)

- 전화 : 02-362-2036

 

복도 양쪽으로 이어지는 사무실 중 '쏘피아서점'은 가장 오래된 작은 간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판 옆 문특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어둑어둑한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세요? 하며 인기척을 내니 나이가 지극하신 사장님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립니다. 손님이 찾아올 때만 불을 켜신다고 합니다. 밝아진 서점 안을 찬찬히 둘러보니 양쪽 서가에는 책이 빼곡하고 서점 가운데에는 사장님의 골동품들이 가득합니다. 서점이라기 보다는 마치 학자의 연구실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는 오랜 세월을 품은 물건들이 한가득 있었습니다.

 

 

독일어 원서만 취급하는 이 곳은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서점입니다. 명동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 이 곳으로 옮겨 오신지도 꽤 되셨다고 합니다. 지금 사장님은 이 서정을 여신 고(故) 백환규 선생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선생님이 일제강점기 때 일본 쏘피아(상지)대 독어독문과에서 유학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신 후 강의를 하시며 이 서점을 처음 열게 되셨다고 합니다. 서점 이름은 그 당시의 학교 이름에서 착안하셨다고 하네요. 오랜 세월 독문과 학생과 예술가들, 법학자들에게 성지와도 같았던 곳이 바로 '쏘피아서점'입니다.

 

 

탁!탁!탁! 타자기 소리가 경쾌하게 울립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국회도서관에 납품하기 위한 주문서 작업을 하시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쏘피아서점에 대해 사전에 공부하면서 읽었던 10년 전 한 매체의 기사에서 고(故) 백환규 선생님이 같은 자리에서 타자기를 치시던 사진을 봤었는데, 이렇게 사장님 모습을 보니 이 서점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작업하시는 것을 보다 문든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또렷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둘러보니 오래된 탁상시계부터 벽결이, 작은 자명종까지 시계가 대여섯개는 돼 보였습니다. 이 곳의 시간은 멈추지 않겠군! 왠지 그 시계들의 소리가 든든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다시 서점을 둘러봅니다. 법학, 철학, 문학, 사전류가 빼곡합니다. 그 중 독일어 법령과 판례에 관한 책, 그리고 헌법 해설서는 쏘피아서점의 스테디셀러와 같은 책들이라고 합니다. 국회의 헌법 연구관들이 독일법과 판례를 해석하고 연구하는데 원서가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독일어 원서를 찾는 일반 손님은 많지 않아 국회가 단골 손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장님이 들고 계신 이 헌법 해설서의 경우 10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저술된 책이라고 합니다. 헌법도, 독일어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얼마나 깊이 있고 그 가치가 큰 지 대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판매 예약이 된 책도 한 권 손수 보여주셨습니다. 두꺼운 인명사전인 이 책은 가치가 매우 높아서 20만원을 웃도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문학책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1945년에 쓰여진 괴테의 시를 연구한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경책도 꺼내 보여주셨습니다. 그림으로 된 성경이고 현대 독일어가 아닌 독일어 구어로 된 책이라고 했습니다. 이 곳의 책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박물관에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 곳에 독일 현대 소설도 있긴 하지만요.

 

독일어를 알지 못해 아쉽게도 빈 손으로 서점을 나서야 했습니다. 독일어 책을 찾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같이 방문해 둘러보면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쏘피아 서점이 앞으로도 오랜 시간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골목책방 - 영천시장의 터줏대감

 

 

□ 골목책방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189-1 (영천시장 283번지)

- 전화 : 010-3713-5066(사장님)

 

영천시장의 '골목책방'에 관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터라 참 궁금했습니다. 직접 가보니 이름처럼 정말 좁다란 골목을 따라 책장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헌책방인 이 곳은 영천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인데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이 곳에서 중고 서적을 팔고 사 오셨기 때문입니다.

 

사장님께서 20대 청년이던 시절부터 서점을 하셨으니 50년은 족히 넘은 책방입니다. 대로변에서 장사를 하시다 계속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지금 자리에 터를 잡으셨다고 합니다. 골목책방을 알리는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 곳의 오랜 단골이었던 박원순 시장이 직접 제작을 의뢰해 선물하였다고 해 유명세를 탔던 바로 그 간판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사장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 한참을 서서 이 책 저 책을 구경했습니다. 오래 전 출간된 고전들과 비교적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는 책장을 보니 각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세계관과 미래관을 가지고 살아가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베스트셀러들도 고전이 되고 전혀 다른 세계에 맞는 새로운 책들이 신간의 자리를 채워가겠죠?

 

 

어느 중고서점이든 빠지지 않는 토익책도 제법 보이고 일본어 원서 책들고 책장 두세 칸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잠시 볼 토익책을 구하려고 중고서점을 기웃댔던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여전히 골목책방에 애정을 한아름 안고 계셨습니다. 다만, 예전에 비해 중고서점에 좋은 책들이 넉넉하게 들어오지 않고 사람들도 발길이 뜸해지는 듯해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몇 년 전 성수동에 큰 중고서점이 생긴 뒤로는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성기라면 청계천으로 대량으로 납품하던 때가 아니었을까 싶네요"하시는 사장님은 더 많은 사람보다 더 좋은 책을 기다린다고 하셨습니다. 좋은 책이 많아야 찾는 사람들도 따라올 테니까요. 책방 일을 여전히 사랑하시는 사장님의 진심이 전해져 옵니다.

 

영천시장의 오랜 벗이자 영천동의 터줏대감의 골목책방이 오래도록 우리를 반겨주길 바랍니다. 저도 다 읽은 중고책을 이 곳에 가져가 봐야겠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한옥 북카페에서 보물 같은 책을 만나는 시간

 

 

□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31-6

- 전화 : 070-414-6711

- 인스타그램 : @seoul.timesketch

- 운영시간 : 목, 금, 토 11:30 ~ 19:00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영천시장에서 이어진 골목을 따라 자리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입니다. 책방지기 아내와 화가 남편이 함께 운영하는 한옥 북카페입니다. 오래된 한옥의 기둥, 서까래, 대들보 모두를 그래로 사용해 한옥 특유의 멋스러움과 따뜻함을 살린 이 공간은 조명과 채광으로 더 빛이 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곳에 큐레이션 된 책들을 여쭤보니 대부분 책방지기 사장님께서 읽어 보시거나 소장해 오신 책들이라고 합니다. 회사생활을 하셨던 사장님은 책을 좋아하셔서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하셨다고 합니다. 두 부부가 지금까지 읽으셨던 좋은 책들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고 창작 공간이 필요해 북카페를 열게 되셨다고 해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북카페는 매주 목, 금, 토 3일만 영업을 합니다. 그 이외의 날에 북카페를 열 때는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하신다고 해요. 동네에 자리잡은 동네책방이라 조금 더 상시적으로 가게를 열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많으신데 지금은 다른 공부와 병행하고 계셔서 시간의 제약이 있다고 하시네요.

 

 

 

북카페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 안 할 수 없지요! ㄷ자 형태의 한옥 구조 역시 그대로 살려 마당은 작은 테이블이 있는 테라스로 변신했고 부엌과 다락방 공간은 테이블과 좌식 공간이 되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에 큰 창이 많아 어디에 서서 공간을 보든 구도가 아주 멋집니다! 한옥의 목재와 책장의 조화가 이 공간의 무드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책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높이가 낮지만 멋스러운 책장에 시선이 갑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고가구점에서 찾은 가구인데 책장으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아서 진열대로 사용하신다고 해요. 이 곳에는 특별히 엄마나 여자 독자들이 더 공감할 만한 책들을 모아 진열하셨다고 합니다.

 

 

 

책방에는 다양한 에세이, 소설, 여행 책, 그리고 그림과 예술 관련 아트북이 있습니다. 화가 사장님의 책과 책 속의 그림을 모은 스티커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서울을 그린 그림들이 어찌나 섬세하고 예쁜지 소장 욕구가 막 생겨났지요.

 

 

한 권만 고르기 어려우시다면? 사장님께서 정성스럽게 적으신 책에 대한 코멘트 메모지를 참고하시면 책을 볼 때나 고르실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장님의 동글동글한 손글씨가 참 따뜻해서 빠짐없이 읽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오늘 세 곳의 책방 탐방을 마치며 사징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을 구매했습니다. 여행 에세이인데 사장님의 마음에 남는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보물같은 세 곳을 만나서인지 마음까지 든든한 책방 나들이였습니다. 서대문역 근처 영천동에 오신다면 꼭 한 번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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