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입니다. 벚꽃이 지고, 철쭉이 피고 있는 4월 중순입니다.
다가오는 오월에 가족들과 가볼만한 곳 '홍제동 개미마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홍제동 개미마을을 가기 위해 3호선 홍제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가 마을버스 7번을 타고 15분여 정도 소요되었을까요.
구불구불 좁다랗고 오르막길 끝에 있는 버스 종점이 바로 개미마을이었습니다.
덜커덩덜커덩 거리던 비포장도로를 따라 시골길 여행을 갔던 옛 생각이 잠시 스쳐갔습니다. 이처럼 홍제동 개미마을은 추억의 달동네로 예전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동네였습니다. 도심 속에 시간이 멈춰져 있는 듯한 70~80년대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버스 종점 바로 위를 보니 인왕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였으나, 저는 내리막길에 자리잡은 개미마을 골목들이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개미마을에 오셨다면 인왕상 유아숲 체험장은 꼭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천천히 마을길을 내려오면 구석구석 빈집들도 보이고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에 몇 안남은 달동네라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집들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어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고즈넉한 벽에 그려진 정감어린 그림들이 있어 재미와 즐거움이 새록새록 솟아났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사랑스런 누렁이의 눈웃음을 쳐다보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개미마을의 다양한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찍는 제 모습을 보면서 여기에 오게 되면 누구나 많은 사진을 찍게 될 것 같습니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그림을 구경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오랜만에 힐링에 젖어봅니다.
2009년 즈음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주가 되어 그린 벽화들이라서 세월에 빛바랜 벽화들로 가득했고 얽히고 설켜있는 전기 줄도 많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눈에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개미마을의 역사가 느껴집니다.
이름 모를 예쁜 꽃나무도 보이고, 저 멀리 아파트도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참 좋았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야산에 천막을 치고 살기 시작하다 판잣집으로 변모하다가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마치 개미집 같고, 화장실도 없는 집들도 많은 걸 보니, 당시의 고단한 생활상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나와 더욱 유명해진 홍제동 개미마을이지만, 요즘은 이곳이 참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잊혀진 듯하여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따뜻한 봄, 옹기종기 모여 앉은 홍제동 개미마을 구석구석을 산책하듯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