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헌책방) 이야기! 찾고 싶은 책이 있다면 글벗서점으로!
오래 된 서점에 가면 따스한 향수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마저 편안해짐을 느끼게 되지요. 신촌부근에서 40여 년 째 중고서적을 판매하고 있는 <글벗서점>을 다녀왔습니다.
10년 이면 강산이 변하다고 하지요. 요즘은 그 주기가 더욱 빨라진 듯 합니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인데, 40여 년 째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서점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처음 이 서점은 1979년에 <온고당>이라는 상호로 20여년 간 운영하였고 그 이후 상호를 <글벗서점>이라 바꾼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서점을 하다가 작년 12월에 신촌장로교회 맞은 편으로 이사를 했지요. 글벗서점은 멀리서 보아도 책이 한 가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점의 풍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지요.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책꽂이에 가득 꽃혀 있는 책들이 눈에 확 들어왔지요.
책이 가득하여 좁은 통로는 혼자만이 지날 수 있었답니다. 무한한 지혜와 보물들이 책꽂이에 꽂혀있고, 통로에 쌓여 있기도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하 1층, 1층, 2층까지 그리고 1층 밖 실외에 있는 책들은 거의 30만 여 권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책이 많은지 짐작이 가시나요?
각 층 마다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지하 : 예술서적이 있는 곳으로 미술, 디자인, 건축, 사진등에 관한 책
1층 : 인문사회계열 책, 자기계발서, 시집, 소설, 여행서적
2층 : 외국서적, 종교서적 등
4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중고서점을 지키고 있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요?
마침 tong이 찾아간 시간에 서점의 김현숙 대표님과 중고서적 구매담당을 하시는 대표님의 남편이신 기광서 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이 많아서 소개해 봅니다.
먼저 김현숙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실까요?
Q : 서점을 하시면서 가장 좋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제가 4남매를 두었어요. 책을 가까이 하게 되어서인지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늘 고마웠지요. 서점을 하면서 4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킬 수 있었던 것이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바른 마음을 갖고 성장을 해 주어서 부모로서 고마울 따름이지요.
Q :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셨을텐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으시지요?
A :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지금은 중고서점을 많이 찾지 않지만 20~30여 년 전에는 서대문구의 연세대와 이화여대 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참고서와 인문서적 등을 많이 사갔어요.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6년 전 남자중학생이 가끔 서점에 들러서 잡지에 있는 야한 사진 등을 칼로 오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얇은 책을 몇 권 정도 슬쩍 가져갔어요. 서점을 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고 한창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년이기에 그러려니 했지요. 누군지 얼굴을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책을 정리하다가 무언가 툭 떨어지는게 있었어요. 편지 속에 돈이 들어있는 봉투였습니다.
거기에 씌인 글은 "제가 몇 권의 책을 몰래 가져갔고 사진도 오려갔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하다보니 양심에 가책이 되었어요. 그래서 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꼭 갚아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사죄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번 돈이 얼마 되지 않지만 책값이라 생각해 주세요...." 였습니다. 그 때 저는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지요. 지금 그 남학생은 마흔 쯤의 중년이 되었겠지요?
책 구매를 담당하시는 기광서 님의 이야기 입니다.
Q : 앞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요?
A : 책을 사랑하여 지금까지 온 것인만큼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새책을 사려면 값이 비싸지만 중고서적은 저렴해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살 수 있어요. 우리나라 국민이 책을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인터넷 매체가 아무리 발달해도 종이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방법이라 생각해요. 책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고 좋은 책을 구입해서 많이 읽기를 바랍니다.
Q : 어떤 때 보람을 느끼시나요?
A : 좋은 중고서적이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디든 달려가서 책을 구매해오는 일이 저의 일입니다. 우리 서점에 와서 필요한 책을 찾는 분들이 싼값에 책을 사서 읽고 다음에 왔을 때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끼지요.
서점에 씌여 있는 문구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시기 입니다.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혜는 바로 책 속에 있는게 아닐까요?
- 세상의 모든 책은 사람이다 -
- 높게 멀리 낮게 자세히 보자 -
서점을 나서며 두 문구를 오래도록 음미해 보았습니다.
높게 멀리 자세히 보면서 좋은 사람(좋은 책)을 만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