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중고서점! 숨어있는 보물 같은 곳, 영천동 골목책방을 찾아서
서대문구 영천동에 50여 년 된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50여 년이면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세기 동안 영천동을 지키고 있는 서점이 있다는 것이 구민의 한 사람으로 자랑스러웠지요.
겨울의 문턱에서 영천동에 있는 <골목서점>을 찾아갔습니다. <골목서점>이란 상호가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독립문 사거리에서 영천시장 쪽 서대문 방향으로 가다보면 지하보도가 있는데
그곳에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책"이라고 씌여진 동그란 간판이 보입니다.
그 간판이 걸린 좁은 골목으로 몇 발자국만 발걸음을 옮기면 바로 <골목책방>이랍니다.
말 그대로 골목에 있는 책방이지요. 주의를 기울여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골목책방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니 거꾸로 시간여행을 온 듯 했답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요.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쌓인 책의 높이만큼 지식과 지혜가 쌓여있는 듯 합니다. 얼마나 많은 책이 있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오래된 책들을 보니 정겨움이 밀려왔습니다.
서가에서 꼼꼼하게 책을 고르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1990년 초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까요. 20년이 훨씬 넘었어요.
성남시에 살고 있는데 지하철을 타고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서점을 찾지요.
여기 오면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아주 많아요. 그래서 오게 되지요.
제가 사가지고 간 책들은 손자가 우리집에 오면 같이 읽어요.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게 좋지요. 노년에 책 읽는 것 만큼 좋은게 어디있겠어요?"
<골목서점>의 사장님이 사모님과 같이 지방으로 보낼 책들을 택배로 보내시기 위해 포장을 하고 계십니다. 제주도, 강원도, 부산,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에서 꾸준히 이곳에 책을 주문하는데 원하는 책들을 상자에 담아 택배로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환하게 웃으시는 황정기 사장님의 모습입니다. 책을 들고 계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사장님의 이야기는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대형 서점과 대형중고서점이 생기면서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졌지요.
그래도 서점을 하면서 아이들 넷을 공부시켰어요. 힘들긴 해도 책방을 그만둘 수는 없지요.
꾸준히 찾아 주시는 단골들이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겁니다.
때로는 미국에서도 책을 주문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때는 큰 보람을 느끼지요.
이십대 청년시절부터 가게를 했는데 어느새 일흔 중반이 넘었어요.
원래는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는 대로변에 가게가 있었는데 임대료가 비싸서 지난해 7월에
임대료가 싼 현재의 자리로 옮겼습니다. 일 할 수 있는게 행복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골목책방>을 찾아주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방을 나오는데 짧은 겨울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골목책방>이 앞으로도 영천동을 오래도록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휴일이면 아이들 손을 잡고 오래된 서점의 향기를 맡으며 책을 골라서 한아름 안고 가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