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 티스토리 블로그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을 종료합니다.(2023.7.1.) 서대문구청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나요!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읽고! 덕혜옹주 실화는?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16. 8. 24. 08:38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읽고! 덕혜옹주 실화는?

 

 

 

 

 한 여인의 삶, 말과 글로써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소설로 읽었습니다. (TONG 글에 책의 줄거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 점 참고 바랍니다.) 

 

2009년에 출간되었는데 최근 영화로 개봉되어서 독자들의 관심이 더 많아지 책이지요. 소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소설적인 개연성을 위하여 새롭게 구성된 허구도 있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제도, 덕혜옹주의 삶에 대한 모사는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고 권비영 작가는 밝히고 있습니다.

 

 

 

 덕혜옹주는 1912년 5월 25일에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고종의 막내딸로 덕수궁에서 출생하였고, 13년 후에 일본 학습원으로 강제로 연행되었으며, 1931년에는 대마도의 백작과 강제로 정략결혼을 하게 되지요.

 

그 후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파란의 세월을 살게 됩니다. 원하는 결혼은 아니었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외동딸의 자살을 겪고, 어느  한 곳에도 마음을 둘 수 없었기에 찾아갈 수 없는 고국을 그리며 마음의 병이 깊어갔고 결국에는 정신병동에 갇히게 되지요. 그 후에도 해방이 된 후에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1962년에야 드디어 그토록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덕헤옹주의 삶이 그리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에 가슴이 짓눌렸습니다. 부모를 잃고 나라를 잃은 황녀의 삶은 감히 상살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겠지요. 아무리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옹주의 삶은 옹주의 의지가 조금도 반영된 삶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들(덕혜옹주, 복순, 박무영, 김갑수, 김기수, 김을한 등)의 삶을 따라가면서 새삼 애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진정한 애국의 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나 자신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 말입니다.

 

 나라를 잃고 일본으로 볼모가 되어 떠나게 된 옹주였지만 단 한 순간도 조국을 잊지 않는 날이 없었으며 비록 나라 잃은 황녀였지만 꼿꼿함과 기개를 잃지 않고 조선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황녀였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러 집을 떠난 허승의 딸 복순이의 삶은 오로지 덕혜옹주를 위하여 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리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 일본으로 옹주를 따라가면서부터 시작된 복순의 인생길은 오로지 옹주가 있음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었지요. 옹주가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주었던 복순이었기에 옹주는 복순에게만큼은 거짓없는 마음을 나눕니다.

 

 

 

 김장한(박무영이라는 이름으로 구국 청년활동을 한 사람)은 옹주의 내정된 약혼자였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기에 마음 속에 사무치는 연모의 정을 끝끝내 지울 수 없습니다. 옹주의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옹주의 환국을 위한 일에 목숨을 바칠 각오로 비장하게 살아갑니다. 그에게 다른 길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길을 오로지 옹주의 무사 귀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길로 바꿉니다.

 

 덕혜의 가엾은 영혼에 가슴이 저립니다. 뼛속까지 시린 외로움의 시간을 어찌 견딜 수 있었을까요?  대마도 백작과 정략결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여 다케유키의 아내가 된 옹주! 부부의 연을 맺게되어 옹주의 남편이 된 다케유키는 진심으로 옹주를 위하여 마음을 다합니다.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원할때까지 기다려주고 그녀의 마음에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요. 옹주는 다케유키의 진심에 간혹 마음을 열기도 하지만 그것은 순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의 황녀가 어찌 일본인의 아내가 될 수 있는 것일까마는 이미 운명이 되어버린 것. 옹주는 아기를 갖게 되었고 딸을 낳습니다.

 

그때부터 또다른 비극이 시작됩니다. 딸 정혜(일본이름은 마사에)를 어떻게 하든 조선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일념을 갖지만 정정혜는 자신의 처지에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그녀의 흔들리는 정체성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어머니로서의 덕혜는 절망합니다. 급기야는 딸로부터 자신은 "나는 엄마가 싫어, 나는 아빠가 더 좋단 말이야. 조선은 이제 없어! 망해서 없어진 나라라고! 대일본 제국의 식민지란 말이야!" 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때까지 견뎌왔던 굴욕의 시간들이 집채만한 파도가 되어 옹주를 절망하게 만들지요. 남편과 딸 사이에 거대한 벽이 있어 그 벽을 어쩌지 못합니다. 돌아가야 할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칠수록 옹주의 병세는 악화되어 결국은 남편에 의해 정신병동에 갇힙니다. 다케유키는 옹주의 마음을 얻지 못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지요. 마음을 얻지 못하는 비극적인 부부로서의 삶이지만 그는 끝없이 끝없이 덕혜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합니다.

 

 

 외롭고 힘겨운 정신병동에서 복순은 옹주와 재회하지만 옹주는 복순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래도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복순은 옹주에게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줍니다. 두 여인의 삶이 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애처롭기만 합니다.

 

 잘못한 것을 용서할 수는 있어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지요. 일제 식민지 시대에 우리나라가 겪었던 모질고 모진 고통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난 치욕이라 하더라도 치욕은 영원히 치욕으로 남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의 치욕은 없어야하겠기에 지금 현재를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바른 정신이겠지요.

 

 

 덕혜옹주의 파란만장한 삶의 시간을 돌아보면 가슴이 울컥울컥 합니다. 한 여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만났던 굴곡진 삶의 길을 다시 한 편 펼쳐 봅니다. 쓰리고 아픈 가슴을 한동안 부여안고 있었습니다.

 

 한 편의 장편소설을 쓰기 위하여 작가가 기울인 노력은 짐작하기 어렵겠지요. 구상부터 집필까지 수많은 자료수집과 쓰고 또 써야하는 인고의 시간 속에서 때로는 고독하고 때로는 희열을 느끼면서 마침내 탈고를 할 것입니다.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글을 풀어냈지요. 소설 속, 복순이의 가엾은 영혼앞에서 한참을 기도하면서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구절을 적어 봅니다.

 

어머니가 비단 보자기에 싸서 건넨 두 권의 책이었다. 다산과 연암의 책이었다.

의친왕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어루만졌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이 말을 잊지 마라." 덕혜는 그 말도 가슴에 새겼다.

 

"마음 속에 품은 이가 진정 네 벗이니라. 함께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호랑지국虎狼之國 속에 있다 하여도 결코 네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모든 황족들이 덕혜에게 이르고 싶은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덕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케유키는 덕혜의 눈빛이 공허해졌다가 표독스러워졌다가 절망에 빠졌다가 다시 공허해지는 것을 보았다.

 

체념과 공포와 절망 사이를 배회하는 그녀에게서 이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족쇄였다.

계속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자신마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건지도 모른다. 그녀는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다.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다니, 그건 자만이었다. 어리석고도 한심한.'

 

 

잠과 죽음이 무어 다를까.

덕혜는 방 안에 흩어져 있던 알약을 모두 삼켰다.

망국의 옹주로 태어나 서러운 생을 살았지만 이토록 서러운 적은 또 없었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가 이토록 외로울 수 있으며, 세상의 어떤 여인이 이토록 서러울 수 있을까. 내 곁에는 바람 소리도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세월이여, 진정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나를 모른다 하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를 낳은 나라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소.

이토록 삶이 무겁다니, 이토록 고단하다니....

 

유모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나의 마지막 소망은 오로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었느니라...."

덕혜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그 숨이 천천히 잦아들었다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꿈 길이 꽃길이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날이었다. 덕혜의 입가에 생애 처음으로 평안한 미소가 고였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황녀로 살지 못했던 여인, 누구보다 귀한 존재였지만 모두가 외면했던 그 여인은 그날 영원한 자유를 향해 먼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