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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6. 6. 24. 09:13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녹음이 짙어가는 유월, 올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발표가 있고나서 우리나라 작가들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에 버금가는 상이어서 우리 문학작품이 해외에서 널리 읽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지요.

한강 작가는 문학상 수상식때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어요. 하나의 문학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작가들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그에 따르는 고통을 겪으면서 집필을 하는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소설가 한강은 널리 알려진대로 한승원 소설가의 딸입니다. 40대 젊은 작가로, 부녀가 함께 문학의 길을 가고 있지요.

며칠 전 신문에서 한승원 작가는 딸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기쁨을 장흥군민들과 함께 했다는 소식을 읽었습니다. 300 여명의 군민들을 초청하여 음식을 대접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하지요. 문학의 길을 걸으며 딸의 수상을 누구보다도 기뻐한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들(영혜, 인혜, 민호 등)은 모두 아픈 사람들입니다.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테지요. 문장을 읽어내려가면서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 했습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있을 수 있는 허구이며 있었던 허구라고 하면 표현이 맞을런지요. 각 인물의 성격과 생각과 행동의 표현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의 3부작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인데 한 번 책을 잡으니 마치 글속으로 나 자신이 빠져들어가는듯 했습니다. 그만큼 집중해서 읽었고 읽으면서 감동했으며, 때로는 우리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 이 글에는 줄거리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혜는 고독하고 덤덤하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고기를 먹지 않게 됩니다. 고기를 왜 먹지 않느냐는 남편의 질문에 '꿈을 꿨어....' 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겪었던 고통이 고스란히 꿈에 투영된 이야기를 합니다. 고기 뿐만 아니라 우유조차도 먹지 않아 나날이 야위어가는 영혜와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이 갈수록 그 둘 사이의 간격을 넓어지기 합니다. 덧없는 아름다움이며 사막같은 얼굴의 영혜는 결국 나중에는 정신병으로 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영혜의 언니 인혜는 어찌보면 영혜보다 더 많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여인이지요. 딸로서, 아내로서, 언니로서, 누나로서, 엄마로서 책임을 져야만 하는 많은 일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견뎌야만 했던 시간이 아프기만 합니다.

인혜의 남편은 예술사진을 찍기 위하여 처제인 영혜를 품었습니다.

육체에 꽃을 피우고 사랑합니다. 인혜는 절망하지요. 인혜의 어린 아들 지우는 또다른 가엾은 영혼입니다.

 남자와 여자, 나 자신과 타인, 소통의 부재, 폭력을 행사하고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상황,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겪고 있을까요? '살아본 적 없이 견뎌왔을 뿐...'인 인혜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은 없어야지요. 인혜는 독백합니다. "인생은 그냥 꿈이야..."라고. 사는 건 인혜의 말대로 꿈인가 봅니다. 긴 꿈을 꾸고 가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작품은 치열하게 씌어졌을 겁니다. 수 많은 자료를 준비하였을 것이고, 온전히 쓰는 일에 매달렸을 시간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생생한 감각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하여 찾아갔을 병원, 무성한 여름 숲속, 비디오 작업실의 채광과 인물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놀랍습니다.

 서늘하게 전해져오는 주인공들의 처절한 고독이 고스란히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싶은 영혜가 정신병원에서 물구나무를 서면서 언니에게 "언니... 손바닥에서 뿌리가 나서 땅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이렇게 서 있으면 나무가 될거야.

"밤의 꽃들과 낮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육체는 그래서 차라리 슬픕니다. 엉덩이에 연푸른빛으로 남아있는 영혜의 몽고반점이 한 번 도 꿈꾸지 않았던 사랑을 걸어오게 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요?

책장을 덮으며 자신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면서 유월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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