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본 사람만이 배고픔을 이해한다고 했다.
부모님의 봉사활동을 보고자란 탓에 어린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
여고시절이었던 84년. 시청 앞 지하도를 지나며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자원봉사를 지원했고, 88년, 성년이 되어서야 처음 할 수 있었던 자원봉사였기에 자긍심과 기쁨은 매우 컸다.
그렇게 시작된 철없던 시절의 자원봉사는 미성숙으로 인해 진정성이 부족했다.
지체 장애인이었던 친구는 머리를 깍아주고 나는 보조 역할의 봉사를 자처하여 찾았던 정신지체 장애인학교에서의 일이다. 나보다 덩치가 컸던 남아들이 반갑다고 다가와 끌어안자 난 깜짝 놀라 물러서며 큰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놀란 일부 학생은 같이 고함을 지르거나 울고불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두려움과 불편함에 빨리 마치고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던 내 안의 움직임이 미안하여 돌아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장애인이었던 친구는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고 여유 있게 제 할 일을 했다.
스스럼없이 굵고 거친 머리카락을 바리깡으로 밀고 가위로 잘라 예쁘고 멋있게 정리해주었다.
부끄러운 나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 입을 열자 친구가 하는 말이 "나도 이런 시설에 있어봐서 아는 거야. 장애없이 정상인 네가 어떻게 다 이해하겠니? 당연한 거야. 그리고 우린 아직 어리잖아! 이십대 초반 시절의 갖춰지지 않은 인성으로 감히 봉사라는 것을 하려 했다는 부끄러움에 한동안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엇다.
연희로 언덕위에 '이야기 담은 빨래방'이 있다. 자활참여자가 실질적인 취약계층을 찾아 통합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활참여자와 함께하는 이야기 담은 빨래방"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자활참여자와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의류를 수거하고 세탁 및 수선, 말벗과 간식 등을 제공하며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에 누구보다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또한 자활참여자에게는 사회서비스형 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게 되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 신뢰를 준다.
빨래방에 들어서니 자활참여자이신 정현욱(52세)님께서 마무리 작업 중이셨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5. 10. 8.(목)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서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 서대문지역자활센터, 서대문구자원봉사캠프연합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우리 구가 "이야기 담은 빨래방"사업을 계획하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부터 사업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 3천만 원을 기부 받아 대형세탁기도 구입했다며 보여주셨다.
각 동별 다섯 가구 정도를 추천받아 선전하여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14개 동을 돌아가며 빨래의 수거와 세탁, 건조와 손질 후 배달까지 현재 다섯 분이 자원봉사 해 주고 계시며 두 분이 충원될 예정에 있다 하신다. 특히 홍제3동, 홍은1동, 남가좌2동은 수혜대상가구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참여율이 높다는 귀띔도 해주셨다.
누구보다 수혜대상가구를 잘 이해하기에 정성을 다해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고 계시다는 말씀이 새삼 젊은 날의 철없던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였고 나의 반성과 함께 자활참여자분들처럼 수혜자의 마음을 헤아려 진심을 다한 봉사활동을 다짐하게 하였다.
새봄이 오고 묵은 빨래가 많아져 일손이 부족하면 언제든 연락 주십사 인사 거네고 한겨울 언덕위의 찬바람에도 따뜻한 마음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새봄이 오면 이야기 담은 빨래방엔 또 어떤 많은 이야기 담겨 행복을 나누게 될지 벌써부터 따뜻할 새봄이 기다려진다.
<사진, 글 : 서대문구 블로그 시민기자 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