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으면 좋은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본문

[가을에 읽으면 좋은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5. 10. 28. 09:19
[가을에 읽으면 좋은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가을은 책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국화향기 짙어가는 시월에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읽었다.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50년 넘게 소설을 써온 작가가 써 내려간 독서와 인생에 대한 책이다.작가의 많은 소설집을 읽는 것도 좋지만 50년 넘게 소설을 써 온 작가가 말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또한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풀어 내려간 <읽는 인간>을 통해 오에 겐자부로만의 독서철학을 접하게 되었음은 물론, 치열한 책 읽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작가는 아홉 살에 읽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의 운명적 만남이 그를 소설가로 살아가게 했다고 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 듯이 읽었다고 회상하는데 그는 소설속의 주인공과 완전히 하나가 된 책읽기를 했다. 


 작가가 영향을 받은 한 줄의 글은 주인공인 ‘헉’의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이었다고 한다. 지옥으로 가도 좋으니 짐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헉의 단호한 결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아이들도 이런 결심을 해야 하는 때가 있구나,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평생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겠다.’ 이 말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였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여태까지의 국가 방침은 사라졌다. 이제 일본은 패했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방침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헉의 말을 나의 방침으로 삼자.
  당시 웬만해서는 손에 넣기 힘들던 공책을 구해서, 첫 페이지에 그 문장을 적었습니다. 문장 주변에 장식을 두르고는,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고...... 지금껏 이걸 원칙으로 살아온 듯합니다. 사실 우왕좌왕할 때도 있었지만 근복적으로는 그런 마음가짐을 지녀왔습니다.
                                                                                       -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쓴 작가의 단상 -

 작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는 소설가보다 시인이었다. 애드거 앨런 포, 엘리엇, 예이츠. 윌리엄 블레이크, 단테 등의 시를 읽으며 그 안에서 깊은 사고의 언어를 발견했다.
 시인의 아름다운 문체에 빠져들면서 자신도 이런 문체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소설을 쓴 작가에게 경외심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단테의 <신곡>은 고전 중의 고전인데 이것은 대서사시이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양의 서사시인 단테의 <신곡>은 인간 감정의 모든 것을 그려낸 장대한 고전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마흔여덟 살부터 쉰 살까지 무려 3년 동안 <신곡>을 읽었다고 한다. 독서법에서 재독(再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3년 동안 신곡을 읽을 수 있을까. 詩에서 얻은 영감이 바로 글쓰기의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느꼈다.  


 시에서 얻은 감동, 깊은 사색, 매료된 단어에 심취하면서 소설을 구상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로 작품을 썼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었을 것이며 그러한 글쓰기의 결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그의 나이 스물여덟 살에 장남 하키리가 장애(두뇌기형)를 갖고 태어났는데, 장애 아들과의 공존이 그의 많은 작품에 주요 테마로 자리 잡았다. 장애를 가진 아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으려고 조바심 내지 않고 부단히 인내하며 사랑으로 감싸 안고 마음의 문을 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들과 함께 했던 많은 날들의 사랑이 좋은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삶의 아픔과 상처 등을 독서를 통하여 극복하려 노력했고, 그 극복은 새로은 창조로 이어졌다.

 문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며 책의 중간중간 마음에 가는 구절을 옮겨본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지 않을까 한다.

 한편 독서를 통하여 제 자신의 주제나 문체가 바뀌어가고 변해가는 문학적 인생을 사는 동안, 실제 제 인생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제 소설이 완전히 드라마틱하게 변했죠. 장남 히카리가 두뇌 기형으로 태어나면서 제게 변화가 찾아온 것입니다, 아이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 퇴원했고, 그 뒤로 저와 집사람과 히카리의 공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스물여덟 살 때의 일입니다.

 블레이크의 시를 읽을 때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번역서를 옆에 두고 시 원문을 꾸준히 반복해서 읽어야 했는데, 이렇게 시집을 읽으며 연구서 한 권을 곁들여 읽는 것은 블레이크를 읽는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제 경우에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데, 3년 정도 읽으면 정말 마음에 드는 연구서 한 권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 후 제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책은 헌책방에 되팔고요.


 

이건 자신있게 드리는 말씀인데, 정신 차리고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저절로 고전이 한 권, 두 권, 그것도 일생에서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될 작품이 여러분에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건 정말 신기할 정도예요. 어렵사리 만난 고전이 손에서 멀어져 갈 때도 있습니다. 제 겨우엔 십오 년 쯤, 무엇보다 소중한 고전을 읽지 않고 살았던 날도 가끔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회가 생겨 그 책이 다시 제게 돌아와요. 책을 읽는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의 관계가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제가 소설가이고 오직 한 사람의 사상가를 몇 년 동안 읽은 시기를 제외하면, 제 인생의 독서에서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문학을 배운다’는 자세로 집중적으로 읽었던 것은 다름 아닌 詩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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