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추천] 삶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본문

[좋은 책 추천] 삶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5. 6. 30. 13:33

[좋은 책 추천] 삶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아베 코보<모래의 여자>

유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모래의 여자>를 읽었다. 이 책은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아베 코보’의 작품으로 그는 실존주의적인 작품들을 써서 ‘일본의 카프카’라 불린다고 한다. 그의 문학은 인간이 처한 운명에 대하여 충격적으로 글을 끌고 나간다.

 아베 코보는 191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이듬해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만주에서 살았다. 만주에서 살았던 자신의 경험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하여 모래 속 인물들을 생생하게 감각적으로 그려내면서 <모래의 여자>를 집필하였다고 한다.

 소설은 역시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색다른 즐거움과 감동, 삶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휴머니티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모래의 여자>는 상당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한 남자(학교 선생)가 8월 어느 날, 사흘간의 휴가 기간동안 곤충 채집을 하러 모래땅으로 나선다. 그가 찾은 해안가의 모래 언덕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마을이 있는데 남자는 마을 사람들의 계략으로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집에 감금되게 되었다. 밤이고 낮이고 불어오는 모래 바람,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모래를 퍼내야만 하는 집에서 여자와 함께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히지 않도록 매일 삽질을 하면서 살아야 했다.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사내가 큰 바위덩어리를 산꼭대기까지 밀어올리고, 다시 아래로 떨어진 바위를 위로 밀어올리는 동작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래 퍼내기! 살기 위하여 모래를 퍼내야만 하는 생활 속에서 그는 탈출을 시도한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을 작가는 때로 아름답게 그려내고 때로는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탈출 시도를 위한 번민과 노력은 손에 진땀이 나게 한다.
 자신이 타고 내려온 사다리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는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였고 마침내 치밀한 계획 속에서 모래 구멍을 빠져 나오지만 소금밭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다시 마을 사람들에 의해 여자와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의 그 참담함을 내가 이해했다면 얼마나 이해했다는 말인가?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참담함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탈출에 실패하고 다시 탈출을 꿈 꿀 때 까마귀를 잡기 위하여 덫을 놓게 되는데 그는 이 작업을 ‘희망’이라 불렀다. 희망이 있는 한 사람은 결코 꿈을 잃지 않는 법이다. 
 까마귀 덫에 까마귀가 걸리기를 기다리던 중 그는 우연히 그 덫 안에 설치된 모래 속 상자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유수 장치를 발명하게 된다. 그때 그가 느낀 환희는 태양처럼 뜨거웠으리. 그가 모래집에 감금되고 반년 만에 드디어 도망칠 여건에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탈출을 뒤로 미룬다.  도망칠 여건이 생긴 다음에야 도주는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모래! 그리고 곤충채집을 위하여(좀길앞잡이란 곤충을 찾으러) 사구로 떠난 남자와 모래웅덩이 집에서 사는 여자 앞에 놓여진 시간. 우리는 ‘모래의 여자’ 그 시간 앞에서 뜨겁게 전율한다. 이 작품에서 모래는 절대적인 모순을 이야기 한다. 사구의 모래 구멍에 갇힌 남자가 이 세상의 참다운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에 나는 심하게 가슴이 저려왔다. 복종은 무엇이며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저항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남자가 여자에게 해 준 '환상의 성을 지키는 군인아저씨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몀이어서 그 글을 옮겨 본다.

 

“성이 있었다......, 아니 성이 아니라 공장이든 은행이든 도박장이든 상관없다. 그건 그렇고, 군인은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적이 몰려온다. 이때다 하고 경고의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기묘한 일도 다 있지, 본대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오지 않았다. 적이 군인을 일격에 쓰러뜨렸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군인은 보았다. 적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문을, 벽을, 건물을, 바람처럼 뚫고 지나가는 것을, 아니, 바람처럼 보였던 것은 실은 적이 아니라 성이었던 것이다. 군인은 홀로,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고목처럼 환영을 지키며 서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46일 만에 탈출을 시도하며 자유를 느끼는 부분도 퍽 인상적이다.

 “무사히 올라왔다!
 가마니를 움켜잡고, 손톱은 벗겨져 나갈 것 같은데, 안간힘을 쓰고 기어오른다. 보라. 바로 지상이다! 이제 손을 놓아도 떨어질 염려는 없다. 그런데도 가마니를 움켜잡은 채, 한동안 팔에서 힘을 뺄 수가 없었다.
 그 46일만의 자유는 세찬 바람에 휘몰리고 있었다. 몸을 바짝 엎드리자, 얼굴과 목덜미가 따끔따끔 모래 알갱이에 찔렸다. 이런 심한 바람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구멍 속에서는 그저 멀리서 울리는 바다 소리 같게만 여겨졌고, 여느 때 같으면 해풍과 육풍이 바뀌면서 무풍 상태가 될 시각이다. 그러나 이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야 안개는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저 탁하기만 했던 하늘은 구멍 속에서만 보이는 현상이란 말인가? 아니면 모래의 흐름을 안개와 착각한 것일까? 아무튼 일이 어렵게 되고 말았다.”

 새로운 책읽기는 언제나 설레는 것!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이 여름이 결코 무의미 하지 않게 지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