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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책 읽기 - 인문학자 김열규의 ‘아흔 즈음에’를 읽고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5. 2. 3. 08:39

인문학 책 읽기 - 인문학자 김열규의 ‘아흔 즈음에’를 읽고

서대문구의 자랑 중 하나는 구민들이 찾아갈 수 있는 많은 도서관이 있다는 점이지요. 서대문구에는 서대문도서관 뿐만 아니라 홍은 도담도서관, 이진아기념도서관, 남가좌새롬도서관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주민센터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서대문구에서는 책 100권 읽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요? 함축적인 말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좋은 책을 읽은 후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와 같이 그 감동이 오래 지속됩니다. 추운 겨울,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인문학자로 한국학이라는 학분 분야를 새로 열어낸 고 김열규 교수의 저서인 ‘아흔 즈음에’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평생동안 70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출간하였는데 이 책은 저자가 대학 강단에서 퇴임한 후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돌아간 후 펴낸 책입니다. TONG을 빌어, 여러분께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나누고자 합니다. 도서관에 들러서, 또는 소장하시어 한 번 쯤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흔 즈음에’를 읽고

뒷산의 나무들이 하얀 눈 속에서 겨울을 견디고 있는 겨울,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어줄 누군가의 따스함이 간절해졌을 때 <아흔 즈음에>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날개에 나열한 대로 30여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수 많은 저서를 펴낸 인문학 교수의 유고집이 된 책을 읽으며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담담한 마음으로 하루에 한 두 꼭지의 글을 읽었다. 격정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순진무구하며 솔직담백한 유년 시절의 회상기가 좋았다.

책의 뒷편에 고인의 딸이 쓴 회상기처럼 가족의 이야기는 거의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실타래 풀어 놓듯이 쓴 글이 얼마나 맘에 들었는지 모른다.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가 22년간 자연을 맘껏 누리고 자연의 품에서 글쓰기의 노동에 즐거워하면서 보낸 그의 시간이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산으로 들로, 때로는 바다로 향하며 거기에서 무한한 삶의 깊이를 느끼고 돌아보는 시선에 따스함을 담아서 담담히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그의 내면을 읽었다.

‘바다에 어머니가 깃들여 있다’고 말한 부분에서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바다를 처음 보았던 스물 세살의 겨울이 생각난 것이다. 1월의 칼바람 속에서 마주한 속초 바다는 황홀했고 장엄했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바람 속에서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그리고 그날 눈이 왔었지. 함박 눈송이가 어쩌면 그렇게 펄펄 날릴 수 있는지. 시야는 온통 새하얀 눈송이들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많은 눈송이들이 그대로 바다에 빠지는 것이었는데 그런 풍경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는 어머니와 같다고.

'바다에 어머니가 깃들여 있다'는 구절을 읽으며 33년 전의 풍경이 고스란히 떠올려 오래도록 눈을 감고 진한 그리움에 잠겨 있었다.

나이 든다는 것, 죽음을 생각하면서, 글쓰기에 기대어, 그리운 시절, 함께 산다는 것, 자연 품에서의 여섯 가지 주제의 글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어 나를 편안하고 즐겁게 했다. 그리고 작가의 마음 속에 감추어진 삶을 사랑하는 따스함에 젖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도 가끔 떠올리곤 하던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글쓰기에 들어가야겠다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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