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리던 날 우산을 받쳐 들고 강하게 몰아치는 바람과 맞서 싸우며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데..
'삐긋' 휘청하며 눈길에 넘어졌다. 그동안 말썽 없이 잘 지내던 구두 굽이 툭 부러진 것이다.
얼마나 황당하고 속이 상하던지. 딱히 하소연 할 데도, 분풀이 할 데도 없는지라
집으로 돌아와 구두를 확 패대기치며 성질을 냈다.
엄마의 느닷없는 행동에 아이들이 다 놀랜다. 살짝 '미안'.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한달간 차일피일 미루다 구두를 들고 집 앞 도로변 한 평도 채 되는 수선가게에 들렀다.
일감이 많이 밀린 것 같지 않아 잠시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수선을 하시는 아저씨의 솜씨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주 능숙했다.
'툭탁 툭탁' 구두 밑창을 뜯어내 접착제를 바르고 부츠의 해진 부분을 재봉틀로 드르륵 박는다.
아마도 어느 숙녀가 겨울을 대비해 구두를 맡긴 모양이다.
이렇게 쇠망치와 쇠톱, 송곳 등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반짝반짝' 감쪽같이 새구두가 나왔다.
"와우, 단지 굽 하나 갈았을 뿐인데..."
이내 내가 드린 구두를 만지기 시작했다.
뚝딱뚝딱, 탁탁탁, 슥슥슥.. 몇 번 손질이 가니 언제 굽이 부러져 나를 넘어지게
만든 구두인가 싶을 정도로 새것이 되었다. 고치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초 전이라도 지나간 것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을 만들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고, 1초 후는 분명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맞설 준비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고맙습니다. 덕분에 구두가 깔끔해졌어요. 완전 새것으로 바뀌어버렸는데요." 라며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비록 오래 신고,
닳고 낡았지만 굽이라도 갈아 신을 구두가 있는 것에 감사하자.
그리고 그 구두를 신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늘 마음만은 새롭게, 무엇이든 새것처럼 보려고 하는 마음, 낡은 것도 마음만 고쳐 먹으면
언제든지 내게 밝은 미소를 줄 수 잇는 것들이 내 주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독자투고 남보라(통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