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도착했다. 얼마 전 둘째를 낳았는데 친구가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온 것이었다.
박스 안에 고이 접힌 아기 옷은 참 예뻤다.
그러나 내 눈길을 끈 건 옷 옆에 작은 편지 봉투.
'유진아 날 추운데 감기는 안 걸렸제?'로 시작하는 편지를 읽으니 웃음이 픽 났다.
'누가 부산사람 아니랄까봐 사투리로 쓰기는..'하는 생각이 들었디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첫 인사말을 읽자 난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수한 사투리로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로 말이다.
그땐 우리의 우정이 평생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졸업 후에 친구는 창원으로, 나는 서울로 취업을 하면서 생활 터전을 옮겼고 이제는
모두 아이 키우는 엄마가 되어 더 이상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친구의 편지는 '멀리 있어도 마음 만큼은 항상 그리워한다.
한 번씩 연락해'로 마무리를 지었다. 거의 잊고 살았던 내 친구.
그래서 인지 한 번씩 연락하라는 말이 머리에 남아 자꾸 곱씹게 되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삶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중, 고등학교시절 수많은 친구들은 대학을 가면서 연락이 끊겼고,
대학 친구들은 생활터전을 옮기며 또 잃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친구는 여행이 끝나면 헤어졌고,
그렇게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었다.
그러나 몸은 떨어져 있지만 10년이 넘게 이어져온 인연도 있었다.
작지만 중요한 차이는 바로 한 번씩 연락하는 것이었다.
나도 어느덧 서울살이 6년차. 이젠 고향인 부산보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더 많다.
나의 인간관계도 아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같이 아이들 키우는 엄마가 나의 친구가 되었다.
그 와중에 옛 친구들 생각하며 자주 연락 할 여력은 없지만,
가끔 한 번씩 안부인사 묻는 것이 오랜 우정을 지켜주는 것 같다.
새해다. 그저 별일 없이 안부 묻기 좋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여 본다.
독자투고 강유진(남가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