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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 피천득 선생님을 생각하며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5. 1. 19. 07:42

금아 피천득 선생님을 생각하며



오랜만에 책꽃이에 꽂힌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 산 책들과 예전에 있던 책들을 종류별로 구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차일피일 미루다 ‘마음 먹었을 때 하지 않으면 언제 할지 모르고 결국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리를 하게 되었지요.

재활용으로 분리수거하거나 기증할 책들과 책꽂이에 꽂을 책들을 나누는 과정에서 귀한 책 한 권을 손에 잡게 되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11년 전인 2004년 가을에 금아 피천득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詩集>과 선생님의 번역시집인 <내가 사랑하는 시>입니다.

소네트 시집을 다시 펼쳐보면서 11년 전의 가을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랐지요. 그 해는 제가 첫 번째 시집을 내던 해였습니다. 첫 시집을 내던 기쁨과 설렘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컸습니다. 우편으로 보내드린 시집을 받으시고 읽어보신 후 금아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고 늦가을 어느 날 선생님 댁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금아 선생님과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생님의 주옥같은 시와 수필을 읽고 또 읽었던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선생님의 수필 <인연>은 얼마나 아름다운 글인지요.

선생님은 그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시는 문학의 꽃입니다. 시인은 모름지기 맑고 아름다운 시를 쓰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요. 시집을 읽어 본 후 만나보고 싶었지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이 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좋은 시를 많이 쓰기 바랍니다.”

선생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시간이 향기롭게 기억됩니다. 선생님의 수필에 나오는 난영이(어릴 적 따님이 갖고 놀던 인형)를 보았고 낮에는 까만 안경을 끼워주시는 커다란 곰인형도 보았습니다. 소년처럼 순수하신 마음과 조용히 들려주시던 많은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

선생님이 가장 사랑하는 시집은 바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詩集이라시며 책에 사인을 하셔서 제게 선물로 주셨지요. 그리고 선생님의 번역시집 <내가 사랑하는 시>도 한 권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써 주신 ‘청람’이라는 글자를 가슴에 새기며 살고 싶습니다. 좋은 시는 오래도록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 의미를 알게 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선생님께 선물 받은 그 책을 참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다시 소네트 시집을 읽어야겠습니다. 읽고 또 읽으며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집니다.

선생님의 시 중에서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적어 봅니다.

이 순간

- 피천득 -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알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살면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은 바로 오늘 ‘이 순간’이겠지요 ‘이 순간’의 시간을 알차게 사는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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